지하철 3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 3가역, 6번 출구로 나오면 M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익선동 한옥거리와 맞은편 3번 출구로 나오면 아직도 봄이 멀기만한 돈의동 쪽방촌이 있다. 돈화문로 11길을 중심으로 마주한 두 골목에는 우리 시대의 풍요로움과 아픔이 공존한다.
쿠키뉴스는 1편 동의동쪽방촌에 이어 익선동 한옥거리를 소개한다.
-고즈넉하면서도 레트로한 감성이 매력
-주말이면 내외국인으로 골목마다 북적북적
-쪽방촌은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할 이웃
-다양한 세대 아우르는 뉴트로 ‘익선동 한옥거리’
익선동은 2018년 한옥보전지구 지정 이후 ‘뉴트로(New+retro ·新復古)’로 인기를 끌면서 서울의 새명소로 떠오른 한옥거리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오락실, 비디오방부터 한옥으로 된 디저트 카페, 고깃집, 퓨전음식점, 옷가게, 수제 맥줏집, 셀프사진관에다 타로점집까지 다양한 상점이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옹기종기 몰려있다.
익선동에서 한옥카페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공간에서 성장한 MZ세대들은 성수동이나 을지로, 익선동처럼 특색 있는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익선동은 서촌이나 북촌에 비해 접근성도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7일 금요일 저녁, 6번 출구 건너편 익선동 갈매기살 골목은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좁은 골목 안의 식당이나 카페는 거의 만석이고 조금 유명 식당들은 번호표를 받고 최고한 30분 이상은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 연인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셀프사진관에서 저마다 특색 있는 의상과 소품으로 치장하고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종로3가, 세계선정 멋진 동네 3위
대전에서 온 남자친구에서 익선동을 소개하러 왔다는 최효정(27) 씨는 “익선동은 고즈넉하면서도 레트로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골목마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고 맛집도 많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 익선동 한옥거리 일대의 월별 일평균 총 유동 인구는 무려 8만여 명에 이른다. 문화·엔터테인먼트 전문 온라인 매체 ‘타임아웃’이 선정한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29곳’에 종로3가가 3위에 올랐다.
탑골공원 주변에 모여 바둑,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송해길에서 튀김류와 각종 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 화려한 금은방 거리, 이북 음식점, 익선동의 숨겨진 카페와 맥줏집 등을 매력적인 요소로 꼽았다. 타임아웃은 종로3가를 ‘유서 깊은 도시이면서 별나고 소박한 곳이자 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라고 평했다.
-쪽방촌은 우리가 보듬어야할 이웃
이렇게 멋진 동네 바로 길 건너편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
삶의 전선에서 밀려나 어쩔 수 없이 냉기 가득한 방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쪽방촌 사람들. 모두가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에 정부를 비판하고 분노했지만 함부로 쓰고 버리는 풍족한 삶에 길들여진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은 뒤돌아보아야하지 않을까. 대부분 고령에다 아픈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으며 힘든 삶을 이어가는 그들과 함께 희망의 봄을 맞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