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가 코스피(KOSPI) 상장 제약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을 분석했더니, 27일 종가기준으로 3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최근 1년간(약 52주) 가장 낮은 주식가격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또 8종목은 신저가를 눈앞에 뒀다.
대웅제약·일동제약·바이오노트 연일 신저가 경신
대웅제약은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대웅제약 주가(이하 종가 기준)는 지난 10일 전날 대비 19.35% 떨어지면서 최근 1년 최저가(12만4200원)를 썼다. 이후 14일, 15일, 22일 그리고 27일 4차례 신저가 기록을 고쳤다. 대웅제약 주가는 27일 전날보다 2.43% 빠진 11만6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웅 주가는 27일 전날 대비 3.58% 하락한 1만7240원으로, 기존 최저가(1만7750원) 기록을 깼다.
대웅제약과 대웅의 신저가 행진은 보툴리눔 톡신 소송 패소 영향이 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훔쳐 사용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에 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과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제조·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그런 만큼 판결 이후 대웅제약과 대웅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18일 대웅제약의 집행정지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였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7일 “나보타는 대웅제약 제품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기대가 컸다”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웅제약은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당뇨병 신약 ‘엔블로’에 기대를 걸 만하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6개월간 매출 167억원을 달성하며 대형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엔블로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일동제약도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해 12월28일 폭락(-27.31%)해 2만9950원을 기록한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27일에는 전날 대비 1.66% 빠진 2만36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52주 최고가는 7만9500원이다. 27일 종가는 최고가의 29.7% 수준에 불과하다.
일동제약 주가 부진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에서 비롯됐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항바이러스제 조코바를 공동개발 했다. 조코바는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일동제약의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코바에 대해 활용 가치와 구매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일동제약 주가는 요동쳤다. 이후 회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코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악화일로다.
더군다나 일동제약은 실적 부진이 주가 회복을 방해하는 모습이다. 일동제약의 영업손실액은 2021년 555억원에서 지난해 735억원으로 늘었다. 순이익도 적자폭을 넓혔다.
동물용·인체용 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바이오노트도 27일 전날 대비 3.38% 빠진 7710원으로 장을 끝내 신저가를 기록했다. 다만 바이오노트는 최근 코스피 상장한 기업이다. 바이오노트의 코스피 거래 첫날인 지난해 12월22일 종가는 1만650원이었다. 상장 후 최고가는 1만1700원이다.
삼바·SK바사·유한양행·녹십자·신풍·동아·보령 등도 바닥 코앞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신풍제약, 녹십자홀딩스, 동아쏘시오홀딩스, 보령 등은 언제라도 신저가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을 만큼 위태위태하다.
27일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 대비 1.66% 하락한 77만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2주 최고가는 92만2000원, 최저가는 74만원이다. 지난해 3월31일 16만2000원까지 올랐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27일 전날 대비 3.10% 빠진 6만8700원까지 떨어졌다. 52주 최저가 6만7400원이 코앞이다.
이날 녹십자(52주 최고 20만5000원, 최저 11만3500원)는 전날 대비 1.41% 하락한 11만8700원, 녹십자홀딩스(최고 2만4700원, 최저 1만4950원)는 1.88% 빠진 1만56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가는 9만7000원으로 52주 최저 9만4200원에 바싹 다가앉았다. 보령 종가는 8950원(52주 최저 8730원)을 기록했다. 신풍제약 주가는 3.94% 빠진 1만9500원으로 1년 최저가(1만8400원)에 근접했다. 신풍제약 주가가 2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0월21일 이후 처음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2일 장중 신저가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3상이 마무리되면서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부진한 주가흐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특수로 인한 주가 상승세와 투자 확대를 경험했다”면서 “이제는 엔데믹(풍토병화)과 글로벌 및 국내 증시 불안에 주가와 투자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