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풍속 자료를 통해 한국현대문화와 소설을 연구해 온 김 교수는 이 책에 일제강점기 괴담부터 유신시대 공포물까지 한국 괴기 서사의 탄생과 흐름을 짚고 있다.
‘괴기’라고 하면 요괴, 귀신, 유령, 괴물들이 떠오른다. 어둡고 야수적인 본성과 공포가 지배하는 세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도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도 없는 음울한 초자연적 세계가 오늘날 괴기가 표상하는 세계다.
괴기는 또한 아직 과학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전근대와 야만의 세계를 표상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에서 이와 같은 ‘괴기’ 서사를 즐기는 취향이 형성되고 대중문화 속에서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무서운 이야기가 오락거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양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죽음과 영혼에 대한 느낌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공포를 오락거리로 만들어내는 작업 속에서 식민지 민족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감각은 어떻게 작동했을까? 귀신 하면 산발하고 소복 입고 발 없이 스르르 움직이는 모습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공포영화가 등장하면서 귀신이야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국고전공포영화에서 유독 여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지닌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는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김지영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대중 서사의 기원과 감성의 사회적 의미를 연구해 왔다. 이 책은 근현대 한국 대중 서사의 흐름을 괴기공포 코드에 맞추어 꿰뚫어 본 첫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산=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