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의 발인이 경기 성남의료원에서 엄수됐다. 발인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씨는 지난 9일 오후 경기 성남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가 남긴 유서에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1일 사퇴를 촉구하며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죄가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다 내가 계획하고 내가 지시한 일이다. 내가 책임진다’ 말씀하시고 죄가 없음을 밝히시면 된다. 그것이 당 대표다운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대표님의 정치적 생명이 다섯 분의 생명보다 중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장 원내대변인은 고인의 유서를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고인은 평소 대표님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해 왔다. 그리고 유서에도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적었다”면서 “그런데도 대표님은 ‘광기’, ‘미친 칼질’이라 표현하며 검찰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애써 고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유를 막론하고 야당과 제1야당의 대표 주변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현안”이라며 “진정으로 우리 국민들께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말 인간적으로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라는 분노감이 든다. (숨진 이재명 대표 측근들은) 자기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검찰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통해 “참으로 비통하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간악한 집착이 결국 황망한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며 “비극의 원인은 무리한 강압 수사와 조작 수사”라고 말했다.
장외집회도 계획 중이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과 대구광역시당은 11일 오후 ‘윤석열 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연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도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차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말한 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 한다”면서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전 대표 관련 인물 사망은 이번이 5번째다. 지난 2021년 12월10일 대장동 의혹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 선택을 했다. 같은 달 21일 대장동 개발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이 마찬가지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지난해 1월12일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가 서울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7월26일에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 배모 씨의 지인 40대가 사망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