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현지시간) 美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물가상승률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금리 인상 억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최대 폭을 0.25%p(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상승률은 시장 예상(+6.0%)에 부합했고 전월(+6.4%) 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미국 CPI는 9개월 연속 둔화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컨센서스에 부합한 2월 CPI는 시장의 안도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면서 “3월 지표는 기저효과를 감안해 전년비 둔화폭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는 3월 FOMC에서 0.25%p 인상 후 많아야 한 번 더 하겠지만 양적긴축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VB 파산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SVB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라 주요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자금난과 함께 예금 인출 행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 매각에 나섰지만 고금리의 영향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뱅크런이 발생해 지난 10일(현지시간) 파산했다.
한국투자증권 이남강 연구원은 “SVB 파산은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이후 다시 완화세로 돌아선 금융여건을 다시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일정 정도의 금융여건 악화는 수요압력이 높은 현재의 미국경제 상황에서 노동수요와 총수요를 억제하여 물가안정목표를 이루려는 연준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SVB 파산이 단기자금에 대한 유동성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FOMC는 3월 회의에서 0.25%p 인상만으로도 0.50%p 인상에 상응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도 “연쇄 은행 부도 가능성과 뱅크런(대규모 은행 인출), 벤처 및 스마트 기업의 자금난과 연쇄 도산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어 SVB 사태의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미국 연준의 정책 행보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연준이 물가안정만을 위해 금리인상 사이클을 고집한다면 사태의 조기 진화는 더욱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3월 FOMC에서 0.50%p(빅스텝)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던 연준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7~8일 열린 상·하원 청문회에서 “최종금리가 이전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지표가 더 빠른 긴축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노무라증권은 “금융안정성 위험에 대응해 연준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