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사태로 은행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다. 은행에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고,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특별대손준비금 도입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위는 16일 이같은 내용의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정비방향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Stress Capital Buffer) 도입 추진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권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금리·환율의 가파른 상승으로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9월말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로 2021년 말(12.99%) 대비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해말 연체율은 0.25%로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세에 있고, 코로나19 지원조치에 따른 지표 착시가능성이 있어 실제 연체율은 더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전성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우선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의무를 2~3분기 중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0~2.5% 추가자본을 적립해 신용경색 발생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6년 제도가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부과된 적립의무는 0%였다.
금융위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향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는 금융위원회 의결로 최종 결정된다. 특히 적립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염병,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버퍼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주기적으로 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ST)를 실시하고 자본적정성 등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고 있으나, 추가자본 적립의무 부과 등 직접적인 감독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도 도입한다. 현 대손준비금은 감독규정상 최저적립률을 기준으로 산출되고 있어 향후 경기변동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이에 향후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적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은행별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해 설정한 예상손실 전망모형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美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