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중소형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7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17일(현지시간)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기존의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조정했고, 장기예금 신용등급은 ‘A1’에서 ‘Baa3’로 5단계 내렸다. 재무 상황 악화와 자금 인출에 따른 재정 지원 의존도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자금을 차입하는 비용과 고정금리 자산의 비중이 높아 다음 분기의 핵심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큰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은행들의 예금 지원이 단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은행의 지속가능한 수익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형은행 11곳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을 돕고자 총 300억 달러(약 39조2010억원)의 예금 지원을 발표했다.
대형은행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미국의 가장 큰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 등 모든 은행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며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미국 경제 그리고 우리 주변 모두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은행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대형은행들의 300억 달러 지원에도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 피치는 앞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수준인 ‘BB’로 강등하고 퍼스트리퍼블릭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피치는 “미국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했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평가 등급은 여전히 관찰 대상에 있다”며 “퍼스트리퍼블릭의 유동성 상황을 아직 상당히 약화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퍼스트리퍼블릭을 살리기 위한 대형은행들의 지원을 두고 부정적 시각도 제시된다.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매니저인 빌 애크먼은 트위터를 통해 “옐런(재무장관)이 퍼스트리퍼블릭으로 받은 예금의 일부를 대형은행들이 다시 퍼스트리퍼블릭에 120일간 돌려보내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과적으로 퍼스트 리퍼블릭의 디폴트 위험이 대형 은행들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의 잘못된 신뢰를 얻기 위해 금융 전이 위험을 확산시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대형은행들은 압박이나 지원을 보장받지 않았다면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 퍼스트리퍼블릭에 자금을 예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