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에 혼난 은행들, 자산관리형 진화 시도

이자장사에 혼난 은행들, 자산관리형 진화 시도

대출 중심에서 자산관리 중심으로 변화 시도
투자자문업 진출부터 미술품 신탁 출시까지
사모펀드 사태 등 떨어진 신뢰와 규제 걸림돌

기사승인 2023-03-22 06:00:12
쿠키뉴스DB

이자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들이 대출 중심의 리테일 은행에서 벗어나 금융소비자 중심의 자산관리형 은행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은 물론 투자자문업 진출, 초고액 자산가 특화점포 도입,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다만 점점 떨어지는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와 각종 규제는 은행들의 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WM 자산규모(펀드, 투자일임, 특정금전신탁)는 2021년 연간 11.6%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확실한 경제 환경 하에 지난해 10월까지 성장률이 1.3% 수준으로 줄었지만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 ‘Oliver Wyman’은 아시아태평양 WM 자산규모가 2026년까지 연간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자산가치의 상승과 신흥 부유층의 등장, 초부유층의 확대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자산관리 시장을 대출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날 해법으로 보고 있다. 자산증식형 자산관리 사업모델로 자문 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받아 고수익을 내는 북미계 주요 은행과 초고액자산가의 안전한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는 유럽 은행들을 참고한 결과다. 

이를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국내 은행 처음으로 투자자문업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 고객에게 부동산관련 투자자문만 가능했던 국민은행은 투자자문업 허가를 득하면서 앞으로 고객에게 부동산부터 증시, 파생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생애주기별 고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개인·WM그룹을 신설하고,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및 뉴욕 부동산 플랫폼 코리니, 삼프로TV 등과 협업을 통해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 프로젝트, 온·오프라인 연계 PWM디지로그브랜치 전면 확대 등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WM 본부 내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서를 신설했다. 여기에 고객의 자산관리 선택권 확대를 위해 ‘미술품 관리·처분’ 신탁상품을 출시하고, 고액 자산가를 위한 ‘클럽원(Club1)’ 점포 규모를 확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지난해 ‘WON 컨시어지 소호영업부’와 ‘WON 컨시어지 WM영업부’를 신설하고, 프라이빗뱅커(PB) 양성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기업 오너 자산관리 등 전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은행들의 변화 시도에 걸림돌은 떨어진 고객 신뢰와 각종 규제로 꼽힌다. 먼저 각종 횡령과 사모펀드 사태로 떨어진 신뢰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의 많은 업무가 대체돼도 자산관리는 업무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대면 상담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을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자산관리 분야의 인간적 상호작용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리테일 은행에 머물러 있는 정부 규제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다. 현재 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라는 단일 상품에만 투자일임이 허용돼 수익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내 은행의 자산관리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선 금융지주 내 정보 공유, 은행의 투자일임업 등 소비자 보호와 업권 간 이해관계 등으로 인한 법률상 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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