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정부를 감청했다는 의혹이 8일(현지시간) 제기된 가운데 여야 모두에서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9일 나왔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의혹에 대해 “미국의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대형 보안사고”라며 ““진상 확인과 재발 방지를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은 도청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미국의 불법 감청에 대해 과거 전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단 입장을 내놨다”면서 “미국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지만 정보 수집을 빙자한 불법 도청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 스파이 활동을 우리나라 같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자행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일부 보도에선 우리 정부 NSC 회의까지도 도감청 됐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졸속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됐을 수 있다”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긴다고 나설 때 졸속으로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 아닌지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현 대통령실 담벼락 바로 옆엔 주한미군 기지가 있다”며 “우리 당은 대통령실 이전 발표 때부터 급하게 추진하면 도청이나 보안 조치 등에 구멍이 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고 부연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강경 대응을 요청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며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보겠다’고 (대통령실이) 반응했다니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며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상대국이 누구든 당당해야 한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 간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요구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