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의 100배 줌 기능을 두고 찬사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작은 글씨를 식별할 수 있게 됐으나 범죄 악용 지적도 나온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한 달간 ‘갤럭시력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갤럭시력표는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와 시력검사표를 합성해 만든 명칭이다.
A4 용지 절반 크기의 초소형 옥외광고를 삼성스토어 10개 매장 외벽 또는 옥상에 설치했다. 고객의 자신의 갤럭시 S23·S22·S21 울트라의 ‘스페이스 줌’ 기능을 이용,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옥외광고 내용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는 이벤트다. 광고에는 ‘S23 100배줌 찰칵 여기까지 다 찍히다니 이거 찍어서 선물받자’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앞서 갤럭시 S20 일부 시리즈부터 카메라에 100배 줌 기능을 넣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3 울트라의 100배 줌 기능은 DSLR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2㎞ 이상 떨어진 피사체의 모습도 식별 가능하다. 배달 기사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신고하는 영상을 올리는 한 유튜버는 “안 그래도 잘 보였는데 더 잘 보인다. 줌 하는 중 눈물이 났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00배 줌 기능은 MZ세대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콘서트·공연장에서 앞좌석을 잡지 못한 팬들이 100배 줌을 활용,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선명한 영상·사진을 촬영했다. 하루 동안 갤럭시 S23 울트라를 대여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콘서트에 참가하는 팬들이 주 고객이다. 100배 줌을 활용하는 사진 촬영하는 팁을 공유하는 블로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몰래 사진을 찍는 이른바 ‘도촬’에 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멀리서 줌을 당겨 사진을 찍으면 피해자는 범죄 사실을 알기 어렵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카메라 등을 이용 촬영 성범죄는 6212건 발생했다. 2020년 5032건, 2019년 5762건, 2018년 5925건 등이다.
집 내부가 촬영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인다. 사생활보호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아파트 고층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의 고층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A씨(35)는 외부의 시선을 차단할 두꺼운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A씨는 “탁 트인 뷰가 좋아서 계약했는데 나만 보이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모(33·여)씨도 “달도 줌을 당겨서 찍으면 크게 잘 보이는데 아파트 앞 동은 더 잘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27층에 살지만 거의 커튼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필름 시공을 하는 사업체 관계자도 “대로변·공원 등 주변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에서는 저층뿐 아니라 고층에서도 필름 시공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이를 악용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면서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악용하는 인간을 처벌해야지 기술이 잘못됐다고 규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봤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