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하려고 한 혐의(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가 11일 자필편지를 올려 사과했다. 그는 “제 잘못으로 피해와 상처 입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룹 빅스에서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라비는 편지에서 “스스로 합리화하며 잘못된 선택을 한 저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뇌전증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실히 복무 중이신 모든 병역 의무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팬들에게는 “함께한 시간이 모두 부정당하고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겪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면목이 없다. 오랜 시간 정성껏 쌓아주신 여러분들의 귀한 마음에 비해 저는 턱없이 부족한 존재였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는 11년간 몸담은 아이돌그룹 빅스에서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6인조로 데뷔한 빅스는 앞서 탈퇴한 홍빈에 이어 라비까지 떠나면서 4인조로 축소됐다. 라비는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해 준 멤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미안한 마음이다. 멤버들의 소중한 노력에 저로 인한 피해가 더는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라비는 2021년 병역브로커 구모씨와 공모해 허위로 뇌전증을 진단받는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했다. 그는 뇌전증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는데도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관련 약을 처방받았고, 이를 토대로 병역판정검사에서 면제에 해당하는 5급을 받았다.
그러나 병무청은 이후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며 라비를 4급으로 재판정했다. 이에 따라 라비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라비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고,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 체결된 계약 이행이 코로나로 인해 늦춰진 상황이었다. 병역 의무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게 돼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피고인은 조직적으로 뇌전증을 가장하고, 최초 병역 판정 이후 장기간에 걸쳐 병역 인행을 미루다가 이번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 또, 수사 당시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진 변명 또는 부인으로 일관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병역 면탈에 가담한 그루블린 공동 대표 김모씨에게도 징역 2년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일일복무상황부를 조작하고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꾸며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래퍼 나플라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