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별종이지♩ 마음대로 할래♪ 완벽한 몸을 원해♬…”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외계 공간에 울려 퍼진다. 로켓(브래들리 쿠퍼)은 쓸쓸한 얼굴로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디언즈 팀은 상실의 아픔에 몸져누운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를 챙기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여전히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별종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새 구원투수로 나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감독 제임스 건, 이하 가오갤3)가 돌아왔다.
지난 17일 풋티지 상영회서 미리 만난 ‘가오갤3’는 과거 서사와 새로운 빌런 이야기가 고루 담겨 있었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는 가모라(조 샐다나)를 잃은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다. 팀 가디언즈는 그의 마음을 북돋아 줄 방법을 골몰한다. 이 가운데 정체불명 외계인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본부인 노웨어를 침범한다. 그의 정체는 아담 워록(윌 폴터). 2017년 개봉한 ‘가오갤2’ 쿠키 영상에서 첫 등장한 그는 ‘가오갤3’가 내세운 새 빌런(악당)이다. 동족 중 가장 강하고 위험한 능력을 가졌다. 노웨어에 도달한 그는 네뷸라(카렌 길런)를 비롯해 그루트(빈 디젤),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등 팀 가디언즈를 차례로 제압한다. 압도적인 위력 차이를 목도한 노웨어에는 불안감이 감돈다.
눈에 띄는 건 로켓의 서사다. 로켓은 ‘가오갤3’ 이야기를 지탱하는 주요 얼개다. 아담 워록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에 선 로켓은 처절한 과거를 떠올린다. 의문의 집단에게서 원치 않던 진화 개조 수술을 받았던 로켓. 로켓을 구하기 위해 팀 가디언즈는 또 한 번의 모험을 자처한다. ‘가오갤3’는 늘 화가 가득하던 이방인 로켓을 이해하게 하며 동시에 로켓의 서사로 팀 가디언즈를 아우른다.
기존 마블 영화를 좋아한 팬이라면 반가울 만한 지점이 여럿 있다. 아담 워록이 노웨어에서 팀 가디언즈와 벌이는 전투는 역동성을 살린 과감한 구도로 담긴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보던 상징적인 액션 장면이 떠오를 정도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걸맞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 효과도 눈을 즐겁게 한다.
‘가오갤3’는 팀 가디언즈를 이루는 캐릭터들을 찬찬히 비춘다. 최근 개봉한 MCU 영화가 새 캐릭터 소개에 급급하거나 자잘한 웃음에 집중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중 우주 세계관을 키우기 전 MCU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오갤’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은 관객도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애정을 기울일 만한 여지를 곳곳에 열어뒀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공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에 스며든다. ‘가오갤’ 시리즈를 상징하는 올드팝의 향연 또한 반갑다. 제임스 건 감독은 18일 내한 간담회에서 “1970~1990년대 음악을 다양하게 넣었다”면서 “내부에선 역대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캐릭터들의 관계성 역시 볼거리다. 새 시리즈에는 로켓의 과거사와 더불어 스타로드와 가모라의 재회가 담긴다. 앞서 가모라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에서 타노스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영화에는 과거 시간대를 살고 있는 가모라가 등장한다. 가모라를 그리워하던 스타로드가 자신을 모르던 때의 가모라와 벌이는 신경전이 재미 요소다. 이외에도 네뷸라와 맨티스의 관계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과 새로이 합류한 크래글린(숀 건), 당돌한 외계 강아지 코스모의 활약이 더해질 전망이다. 새 빌런은 팀 가디언즈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아담 워록과 과거 로켓과 악연을 맺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다. 특유의 유쾌함을 간직한 ‘가오갤’ 시리즈가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기대를 모은다. 다음 달 3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