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잇단 설화의 배경에 대통령실의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 의원에게 공천을 거론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나왔다.
1일 MBC 단독 입수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에게 한일관계 옹호 발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배경에 이진복 수석과의 만남을 얘기했다.
공개된 음성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것을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해 야당에서 강한 공세를 받던 시기였다.
녹취록에서 공천과 관련된 발언들도 나왔다. 태 의원은 녹취록 발언에서 “(이진복 정부수석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기간에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발언)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보고가)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말했다.
해당 보도 이후 태 최고위원은 즉시 해명했다. 태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이 정무수석은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식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이진복 대통령실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돈봉투’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깨끗하고 더 떳떳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들께서 신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