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대출이 몰려있는 IBK기업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연체 3개월 이상) 비율은 0.91%, 대손 비용률과 연체율은 각 0.81%, 0.45%를 기록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해 2‧3분기 0.80%에서 4분기 0.85%로 상승하기 시작해 1분기 0.91%까지 올랐다.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0.24%에서 3분기 0.27%, 4분기 0.32%를 거쳐 올해 1분기 0.45%까지 상승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를 두고 기업은행의 대손비용이 늘어나며 자산건전성 악화 추세가 시작된 것으로 봤다. 정태준 연구원은 “대손비용률의 경우 선제적으로 적립한 영향을 제외한 경상 대손비용률이 33bp로 전년 동기보다 11bp가 상승했다”며 “아직 절대 수준은 낮지만 본격적인 자산건전성 악화 추세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총연체율은 다소 상승했지만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를 대비해 1분기 351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은행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향후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1분기에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며 “NIM은 2분기부터 반등이 예상되나 충당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신 대부분이 중소기업대출 중심으로 돼 있는 기업은행 특성을 반영해 매 분기 전년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26조5000억원으로, 전체대출 가운데 81.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5%는 가계대출, 3.8%는 대기업‧공공 등의 대출이다. 중기대출 연체율은 다른 은행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3월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2~0.33%로 지난 연말 0.16~0.3%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기업은행의 경영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1분기 지배주주 순익은 7201억원으로 당사 추정치를 9%, 컨센서스를 8%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라며 “충전 영업이익은 당사 추정과 유사했으나, 경기 대응 추가 충당금이 3510억원 전입되며 예상(1870억원)을 상회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은 법인 대상의 대출 비중이 높다는 특성상 더 높은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2022년까지 누적 1조4000억원의 추가 전입으로 시중 은행지주와 비교해 2~4배(총여신 대비 비율)를 전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충당금 적립이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직전 분기에도 추가 충당금을 3900억원 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이 다시 전입된 것은 가정의 오류가 아닌 이상 과도한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