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본다고 하지만 볼 수밖에 없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 중인 청년 정치인의 한탄 섞인 말 한마디다.
2030세대 청년층이 각 선거에서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면서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해졌으나 현실 정치의 테두리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제한돼 있다. 이러한 연유로 청년 정치인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있지만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청년의 삶과 직결되는 국가 정책에 적어도 관여할 수 있으려면 최소 국회의원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하는데 21대 국회 전체 300명 의원 중 20·30대는 불과 9명이다.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하다.
청년 세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또 청년층의 표심을 갈구하면서도 그들에게는 충분한 정치적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현실인 셈이다.
적은 숫자이지만, 청년 공천 등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질적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지는 별개다. 원내 진입한 청년 정치인들도 철저하게 당의 눈치를 봐야 하기에 청년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
올해 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당시 2030세대 대다수는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나서기를 기대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2030대 일명 MZ세대를 중심으로 부정 여론이 컸고 이에 대한 보도가 줄이었으나 이러한 의견을 내는 청년 정치인은 적어도 민주당 내에서는 없었다.
이는 비단 민주당에 한정한 경우는 아니다. 여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30대 기수로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민의힘을 청년이 주목하는 정당으로 만들었지만, 정권 교체 후에는 이들을 다 원외로 밀어냈다.
원외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민주당 청년 정치인 A씨는 현재 정치 지형이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현실의 문제를 짚었다. 이를 깨고 싶어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40대 이상의 기득권층에 밀려 숨죽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눈치를 안 본다고 말을 하고 또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청년에 대한 기회가 조금씩 보장되고는 있으나 당내 조직력이나 입지 측면에서 청년 정치인이 열세이기에 앞뒤 안 보고 당당히 청년층을 대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청년 공천에 대한 과감한 확대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전략 공천 등으로 386세대가 정치권에 대거 등장해 현재 주류 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젊은 정치인을 많이 등용해야만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청년 정치인들은 본인들의 목소리를 더욱 낮추고 있다. 당내에서 일단 공천받지 못하면 본게임에 서보지도 못하기에 행여 당대표 눈 밖에 날까 자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천이 공천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고 하지만 당대표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행여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당 주류 세력에 의해 낙인찍히고 당에서의 입지가 없어진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586 퇴진론’을 꺼내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킨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당적을 가졌음에도 현재 사실상 당내서는 당외 인사로 여겨진다.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역임한 신인규 국바세(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층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걸로 안다. 물론 공천권의 영향도 있으나 청년 정치인이 말해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있고 정치에 뜻을 가진 청년들이 있으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다.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