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발 금융 불안, 아직 끝나지 않았다

美은행발 금융 불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오피스빌딩 공실률 12.9%…금융위기 보다 높아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 72조 달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대부분, 美중소형 은행
“은행 불안 당분간 지속…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것”

기사승인 2023-05-12 06:05:01
쿠키뉴스 자료사진

“미국 은행들이 상업 부동산 부실 대출에 노출돼 있다. 2008년 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평생 파트너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한 경고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급증한 만큼 국내 금융업계 손실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9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1분기 221개 미국 대도시 지역 가운데 31%에서 주택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했고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하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2.9%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코스타 그룹이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최고 수준이다. 재택근무 활성화와 IT기업 대규모 정리해고로 특히 서부지역 타격이 큰 모습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22층짜리 건물은 지난 2019년 400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현재는 800억원으로 추락했다. 4년 사이에 가치 80%가 하락한 셈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로이터=연합뉴스

SVB에 이어 또…“美 중소형 은행 불안, 당분간 지속”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왜 문제일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불거진 미국 중소형 은행발(發) 금융 불안을 다시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형 은행에서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은행 대출 중 중소형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대형은행의 두 배 규모다. 각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중소형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익스포저는 43%로 대형은행(13%)에 비해 높다.

신영증권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일반주택 시장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높아 시중 금리에 민감하다”며 “중소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와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임대 수익이 줄어든 부동산 회사가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브룩필드와 워터브리지캐피털, 블랙스톤 등 일부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상태다.

김주영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운용전략팀 과장은 “경기 하강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경우, 대출자산 건전성 및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중소형 은행 불안이 당분간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려대상인 중소형 은행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가계예금을 기반으로 하고있어 최근 은행 불안이 시스템적 리스크로 파급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신영증권.

해외 부동산 펀드, 10년 만에 14배 ‘급증’

해외 부동산 시장이 불황은 국내 금융업계에도 걱정거리를 안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년간 급증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 부실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뇌관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결성한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71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3년말(5조원)과 비교해 약 14배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렸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규모는 7870억달러로 2021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미국에 6625억달러가 투자되며 전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투자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곳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증권사 해외대체투자 3년 이내 만기도래액은 전체 44.2%에 달한다. 5년 이상 만기도래액 비중을 뛰어넘은 수치다.

韓금융시장 미칠 영향은…전문가 의견 양분

해외 투자를 늘린 국내 금융업계가 받을 타격은 어느정도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난 3일 열린 세미나에서 “잠재적 위험요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 대출 부실화가 거론되는 만큼 우리도 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융사들이 투자한 자산은 대부분 프라임급 자산”이라며 “중소형 자산보다는 아무래도 위험이 덜하고 임차인도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부동산 시장이 자산가치가 조정되고 있는 시기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금융사에 따라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고 자금을 회수하거나, 임차인을 잘 유치해 나중에 자산가치가 회복되면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는 등 투자자 전략에 따라 손해액은 회사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고점에 뒤늦게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직전 유럽과 일본 쪽 금리가 특히 낮았고 테크기업이나 물류센터 등 대체부동산이 잘되고 있었다. 수익률 측면에서 국내보다 해외에 하는 게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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