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을 구축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한화생명 e스포츠(한화생명)의 봄은 쓰라렸다.
상위권 팀만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이들은 정규리그를 10승 8패 5위로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에선 디플러스 기아를 잡고 반전을 써내는 듯 했으나, 젠지 e스포츠와 KT 롤스터에 연달아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생명도, 리그 관계자들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난해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LCK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된 ‘제카’ 김건우 역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캠프원에서 만난 김건우는 굴곡 많았던 스프링 시즌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메타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를 돌려보면서 내 플레이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건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휴식을 잘 했다. 한화 이글스가 경기를 한다고 해서 야구장을 갔는데, 팬 분들의 마음으로 다른 경기를 응원한 적은 처음이었다. 직관하면서 춤도 추고 응원했다. 경기도 이겨서 좋은 기억이었다. 팀이 유니폼을 입고 같이 있다 보니까 알아보는 팬 분들도 많았다. 스카이박스 옆에 팬 분들을 초대해서 같이 놀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볼까 묻기도 했던데?) 재미로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배트를 쳐 보니까 재미있기도 해서 야구를 취미로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웃음).
스프링 시즌을 최종 4위로 마쳤다. ‘슈퍼팀’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멤버가 좋으니 내‧외부의 기대감이 컸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보니 시즌 중 굴곡이 있었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서머 시즌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이 한화생명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팀에 경험도 많고 오래 한 베테랑 선수가 많다 보니까 각자만의 생각과 줏대 같은 게 높았다. 대회를 치르면서 나머지 생각들이 세니 한 명이나 두 명 정도가 주도적인 콜을 하고 맞춰나가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만 잘 조율을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 팀이 한화생명을 높게 평가했던 건 스크림 데이터였다. 실전에선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는데?
스크림 성적과 대회 성적이 거의 반대일 정도였다. 아무래도 초반에 많이 지다 보니까 기세도 좋지 않고 부담도 생겨서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상황이 안 좋아졌다.
올 시즌 한화생명을 놓고 후반만 노리는 팀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경기 시간이 제일 긴 팀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스프링 시즌 때는 4용을 주고 후반을 가도 이긴다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다. 당시 메타에선 좋지 않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플레이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돌아보면 할 수 있었던 게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라인전 체급이 세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2대 2 교전을 상대 정글에서 하거나 오브젝트 싸움에서 잘 굴릴 수 있는 여지 많다고 생각했는데 못 굴려서 아쉽다.
결승전 메타는 한화생명이 추구했던 밸류 조합과 맞물렸다. PO 성적이 더 아쉬울 것 같다.
정규 시즌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도 결국 플레이오프를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다. 플레이오프 기간 에 열심히 준비해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이기고 나서 기세를 탔다 생각했는데, 다음 경기를 패해 결과가 아쉽게 나왔다. 플레이오프는 운도 중요하고 선수들의 멘탈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 틱 차이로 이겼다면 정말 몰랐을 것 같다.
지난 롤드컵에서 활약하면서 제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올 시즌 활약에 만족하나?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고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 내가 메타를 못 따라 간 것도 있는 것 같다. 로밍 메타라 푸시를 하고 위아래로 압박을 하는 스타일이 됐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스타일이 못 됐다기 보다는 유연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게 크다. 롤이라는 게임은 변수가 많은데 직진 플레이만 했다.
지금은 다음 시즌에 유연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과정이다. 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이 편하고 상대를 어떻게 압박할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게임을 돌려보면서 플레이를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찾는 중이다.
제카는 스탠딩 메이지를 잘 못 다룬다는 편견도 있는데?
작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고나서는 스탠딩 메이지 메타가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한다. 팬 분들한테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온다면 자신 있다.
현재 MSI 메타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번 스프링 시즌 메타는 미드라이너로선 너무 지루했다. MSI도 스프링과 메타가 같아서 ‘애니’나 ‘아리’ 같은 챔피언이 계속 나온다. 큰 패치가 왔다고는 하는데 아직 미드에선 너프나 버프 소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런 메타가 사라지고 더 재미있는 메타가 왔으면 좋겠다. (한동안 이런 메타가 이어질까?) 이번 패치에서 미니언 속도나 텔레포트 등에서 패치가 이뤄졌다. 향후엔 라인전에 치중된 메타가 올 것 같다.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에 올랐다. 승선 욕심은?
일단은 서머 시즌에 잘하는 것이 목표다. 예비명단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제카가 차기 시즌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성취와 목표가 궁금하다.
정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어서 다음 시즌엔 좋은 성적을 내 플레이오프까지 이끌고 싶다. 스프링 때는 팬 분들의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아쉬운 성적을 냈었는데 서머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