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9월 가상 아이템 투자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수천억원을 갈취했던 유사수신 사기업체 ‘패션킹’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는 사기꾼 일당들이 피해자들을 통해 갈취해낸 금액 대부분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투자자금 피해 회복이 쉽지 않아 이들의 마음고생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사기, 유사수신, 방문판매 위반 등 혐의로 온라인 P2P 사이트 대표 김 모씨 등 1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했다.
해당 온라인 P2P 사이트는 ‘패션킹’이라는 유사수신 사기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쿠키뉴스는 지난 2021년 9월 ‘[단독] 패션킹 사기 배후에는 ‘부부 사기단’이 있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패션킹으로 확인된 피해 규모만 약 4393억원에 달하며, 피해자들은 435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경찰 고발을 진행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는 만큼 시일이 지나면 피해자 및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들은 사기꾼 일당들의 검거 소식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 피해자는 “일당들이 잠적하고 난 뒤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며 “2년이란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별다른 소식을 받지 못해 고통스러운 나날을 참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사기꾼 일당들을 검거했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피해금액 일부라도 되돌려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당장 되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을 대리해 형사고발을 진행했던 법률사무소 포유 관계자는 “경찰서에 문의해 본 결과 추징된 금액이 600억이지만 현금화가 불가능한 무가치한 가상화폐 등이 포함돼 있어 실질 규모는 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가 부패재산 몰수법에 의거해 환불 신청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피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킹 사기는 지난 2020년에 유행했던 몽키레전드, 드래곤스타 등 ‘유사수신 폰지사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들을 모집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P2P금융’이라고 사칭한 뒤 투자자간 가상 아이템 구매 후 판매하면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후 이들 일당은 쇼핑몰과 게임사, 호텔, 여행사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을 내비치고 회원들에게 신규 회원 유치와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 신규 회원이 없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폰지 사기’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이후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기존 환급 방식에 문제가 생기자 이들은 가상화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해당 코인을 소형 거래소에 등록한 것처럼 속여 추가 피해자들을 양산한 뒤 잠적했다.
또한 현재 경찰에 구속 조치된 두 명은 한국에 귀화한 중국 동포 김 모씨와 그의 아내인 이 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위 운영진이나 조직원들도 김씨 부부의 친인척이나 주변 지인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모두 경찰 조직에 검거된 상황이다.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범행 기간 내 김 모씨 등의 계좌에 600억원 이상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대부분 코인 구매 등으로 해외에 은닉돼 현재 몰수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시점에선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중 675억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한 가운데, 수익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은닉 자산을 계속 추적 중이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재산을 동결하는 절차다. 법원이 해당 청구를 받아들이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
포유 관계자는 이같은 유사수신 사기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요즘은 사기꾼들이 신뢰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을 사칭하는데 이를 정교하게 위조해 사람들을 속여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사기피해를 입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는 것부터 피해 회복까지 쉽지 않은 만큼 사전에 미리 알아놔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