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야당의 거센 비판 세례를 받았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릴 만큼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까닭에 더욱 거센 야당의 공격을 받은 모양새다. 특히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전관예우를 두고 자격 논란이 일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이하 ‘인청’)를 실시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박 후보의 도덕성 흠결 문제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의 충실한 업무 수행 의지 등을 따져 물으면서 장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박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 등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장관 임명 시 추진해나갈 정책 위주의 질의만을 펼쳤다.
인청 초반부터 박 후보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 시작과 함께 박 후보자를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내년 총선 출마하느냐”고 물었다. 초대 보훈부 장관직을 총선 출마를 위한 교두보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도의 질의다.
이에 박 후보자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지난 1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국가보훈’만을 생각했다”며 “정치적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보훈부가 정착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할 각오다”고 즉답을 피했다. 결국 총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답변이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박 후보의 답변 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백 위원장은 “국가보훈부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서도 초대 보훈부 장관 자리를 총선을 위해 거쳐 가는 자리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박 후보가 명확한 답을 안 하고 있다.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검찰 퇴직 후 전관예우로 상당한 재산을 벌어들인 의혹에 대한 질의도 집중됐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현업이던 변호사직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특정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구성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국회법과 변호사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휴업변호사가 변호사 활동하면 불법인데 국회의원 당선 직후 개업했다”며 “있던 법인에서도 빠져야 할 국회의원이 당선 직후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지만, 새 법무법인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 전관예우 계속 누리겠다는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관예우 특권 지속을 위한 우회로로 활용해 돈을 쓸어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판결문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16건의 선임 내용이 불법의 증거”라고 부연했다.
같은 당 소속 이용우 의원도 박 후보자의 과거 행적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혹이 있는데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서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후 열흘 뒤 로펌을 설립했는데 일반적 상식이면 로펌에 있다가도 국회의원이 되면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행동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부정한 돈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의원들이 자료 요구를 한 것도 의혹을 확인코자 하는 것인데 고지 거부하고 합당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박 후보자는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송구스럽다”면서도 “당시와 지금의 규정이 달랐을 것이다. 명명백백한 것은 박용진 의원이 제기한 16건의 대법원 사건 중 단 한 건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야당 의원의 공세가 거셌다.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청’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박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과 껄끄러운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검사 시절부터 인연이 있고, 측근으로 알려진 박민식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대해 더욱 필연적으로 화력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날 야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비판과 공격 또한 이와 전혀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특별한 총애를 받는 인사로 알려졌다.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으며 대선 당내 경선 당시 가장 먼저 캠프에 영입되기도 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