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물결’ 가득 봉하마을 “오늘 더 그리운 노짱” [르포]

‘노란 물결’ 가득 봉하마을 “오늘 더 그리운 노짱” [르포]

전국서 추도객 7000명 운집…여야 정치인 한자리
민주주의 퇴행 공감…정치인들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
한덕수 단상 오르자 비난 쏟아지기도

기사승인 2023-05-23 21:14:30
23일 노무현 서거 14주기 추도식을 찾은 한 시민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요즘 더 그립습니다. 노짱”
“별 면목이 없습니다, 노 대통령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평소 조용하고 한적했을 시골 마을은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발걸음으로 종일 북적였다. 노란색 모자나 옷 등을 걸친 이들부터 노란 바람개비를 든 이들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아이템들로 봉하마을은 노란 물결이 가득 채워졌다.

인근 부산·경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물밀듯이 모여들었다. 주최 측이 추산한 방문객 수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7000명을 훌쩍 넘겼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현실이 어려울수록 과거를 더욱 찾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이날 추도식장을 찾은 특히 여느 해보다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꼈다. 

매년 봉하마을을 찾는다는 대구 거주 50대 여성 김연숙씨는 올해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노짱 재임 시절에는 아이 셋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큰 관심을 못 뒀는데 돌아가신 후 그의 행적을 보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에 매년 봉하마을을 찾는다”며 “2010년부터 몇 년간은 추도식 때 매번 비가 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올해 추도식의 주제 문구인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가 시의적절했다고 봤다.

김씨는 “올해 주제 문구를 보는 순간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 같다”며 “그래도 잘못된 현실을 정확히 알고 추도식 주제로 정한 생각 있는 분들이 계시기에 느리지만 진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가장 민주적이었고 소탈했던 노짱이 특히 그리운 지금”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도하기 위해 많은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대다수는 야권 인사들이었으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구자근 비서실장, 윤희석 대변인 등 여권 인사들도 자리했다.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근조화환을 보냈다.

추도사를 위해 무대에 오르는 한 총리를 향해서는 “꺼져라” “내려와라” 등등 거친 말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욕설까지 나왔다.

한 추도객은 한 총리가 단상에 오르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이가 윤석열의 개가 됐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모습에 쓴소리는커녕 방관하고 있다”고 비토했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무총리를 지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임형택 기자

이날 쿠키뉴스가 만난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모두 다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퇴행 중이고, 이는 야당탄압에만 골몰하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울산에서 봉하마을을 찾은 50대 남성은 “민주주의가 수호되길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 노 전 대통령 시절의 모습과는 너무나 반대”라며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면 싸우더라도 민주주의의 가치는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부산에서 온 40대 한 여성은 “취임 1년이 넘도록 제1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는 대통령이 과연 민의를 제대로 들을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이 먼저 야당 대표와 만나자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날 추도식장을 찾은 정치인들은 수십여 명에 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필두로 여야 당 대표와 국회의원 다수가 찾았다. 일부 의원들은 내빈석이 아닌 방문객 사이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추모 현장서 만난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뵙기 위해 참석했지만, 마음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바라고 꿈꾸던 정치 현실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뵐 면목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생각한 정치가 잘 구현되지 못해서 정치인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더 열심히 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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