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입막음’이 이재명표 민주주의?…비판마저 불허 왜곡된 ‘팬심’

청년 ‘입막음’이 이재명표 민주주의?…비판마저 불허 왜곡된 ‘팬심’

盧 추도식서 강성 당원, 양소영 대학생위원장 성토
“당신이 뭔데 김남국 까냐…청년 당원 전체 얘기 들었냐”
능력보다 친소 관계로 정치인 평가
합리적 비판도 막는 행태, 반민주주의 

기사승인 2023-05-25 06:00:11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민주당 당원을 밝힌 한 시민이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과 박한울 대변인을 멈춰 세우고 왜 김남국 코인 논란을 비판했느냐며 성토하고 있다.   사진=황인성 기자

“쓴소리하는 청년 정치인은 그냥 ‘수박’”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무조건적 맹목적 지지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청년 정치를 위협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당 대표는 연일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청년 친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강성 지지자들은 제 목소리를 내는 청년 정치인은 우리 편이 아니라며 편 가르기 또는 ‘입막음’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행사 직후 노상에서 일부 소란이 있었다. 추도식에 참석한 후 귀가하는 양소영 민주당 전국 대학생위원장 일행을 한 민주당 당원 무리가 멈춰 세우고 불만을 성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이 민주당 당원임을 밝힌 한 중년 여성은 양소영 위원장과 박한울 전국 대학생위원회 대변인에게 “왜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김남국 의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20대 청년들의 동의를 다 받은 것이냐. 내가 아는 20대 대학생 당원은 그런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하더라”라며 “김남국 의원이 무얼 잘못했느냐. 금감원도 범죄가 아니라고 하는데 당신들이 뭔데 범죄자 취급하느냐. 청년들의 의견이 아니라 당신들 뇌피셜이라고 해라” 등등 온갖 막말을 쏘아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서 “지금은 민주주의가 훼손됐다. 민주주의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불과 십여 분 전 바로 옆 공간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향해 “민주주의 다시 퇴행하고 역사의 진보도 과거로 후퇴한 것 같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자”면서 민주주의 회복의 메시지를 냈는데 정작 지지자들은 반민주적인 행태를 같은 곳에서 내보인 것이다.

‘청년’ 존중한다더니...뒤에선 ‘입맛 맞는’ 청년 정치인만 선호
강성 지지자 요구 커질수록 잦아드는 ‘청년 목소리’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본인들의 취향에 따라 당내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재단하거나 제약하려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당내 청년위원장과 대학생 위원장 선거 당시에도 여러 후보자 중 친명 성향을 보인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반대로 비명계로 분류되거나 이 대표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의견을 낸 적이 있는 이들은 ‘청년 수박’이라고 멸시하며 배척했다.

이들은 2030 청년층을 얼마나 잘 대변하고 정책적 능력을 갖췄는지보다 이 대표와의 친소 관계로 청년 정치인들을 평가하고 규정한 것이다.

또 최근 청년 정치인들이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해 당 차원의 엄중한 대처를 주문한 기자회견을 연 날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명의 시·도 대학생위원장을 마구잡이로 단톡방에 초대해 각종 욕설 퍼부으며 불만을 배설하는 만행도 자행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발언이 세질수록 청년의 소리는 점점 잦아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청년 정치인들이 모든 청년 입장을 완벽히 대변하지도 또 할 수도 없지만, 청년 정치인들의 입과 귀를 막는 작금의 행태는 분명히 비정상적이고 반민주적이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민주당 당원을 밝힌 한 시민이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과 박한울 대변인을 멈춰 세우고 왜 김남국 코인 논란을 비판했느냐며 성토하고 있다.   사진=황인성 기자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은 24일 쿠키뉴스에 “현실 정치에서 청년이나 대학생들은 약자 중 약자다. 재정적인 것은 물론 조직력도 그 어느 세대나 계파보다도 약하다”며 “그런 중에도 진짜 청년들의 생각을 표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용기 내어 말했는데 그마저 하지 말라고 한다. 이게 과연 민주 정당의 모습이 맞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조직에서는 이미 기성 세력이 된 이들이 청년들을 위한다고 말로만 하고, 정작 거수기 역할만 하라고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가들도 강성 지지자들의 청년 정치인을 향한 십자포화 행태는 민주주의와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헌법학자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에 대해 국민적인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 누구든 합리적인 비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이고 헌법 정신”이라며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조롱하고 집단적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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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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