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엔씨)의 기대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베타 테스트가 마무리됐다. 이용자 간 평가가 다소 갈리면서, 엔씨로선 출시가 예정된 하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엔씨는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1만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TL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 현재까지 개발된 TL의 주요 콘텐츠와 수익 모델(BM)을 공개했다. 최고 도달 레벨은 30으로 제한했다.
TL은 엔씨가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신규 IP(지식재산) 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미국 아마존 게임즈와 손잡고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엔씨는 TL을 통해 ‘탈(脫) 리니지’를 꾀하고 있다. 엔씨는 그간 ‘리니지’ 시리즈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IP의 노후화와 더불어 리니지의 게임성을 차용한 경쟁작들이 등장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이에 주요 서비스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PC와 콘솔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게이머들의 수요를 겨냥해 개발 역량을 집중해왔다.
TL을 플레이 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그래픽 품질과 스토리 연출에는 전반적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탐험에 초점을 맞춘 서브 퀘스트인 ‘탐사 코덱스’도 게임의 목표를 다양화 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따라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바뀌는 등의 변주는 신선하고, 게임 패드의 최적화는 훌륭하다는 평가다.
다만 전투 시스템을 놓고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지고, 무빙이 제한된 타게팅 방식의 전투가 단조롭다는 평가다. ‘패링’과 무기 교체 시스템을 통해 전투에 생동감을 불어 넣으려 한 시도는 엿보이지만, 적어도 이번 베타 테스트에선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작감도 여타 PC⋅콘솔 게임의 그것과 비교하면 떨어져 결국은 ‘스텔라포스(자동전투)’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BM에 대한 평가는 잠깐 보류하자는 분위기다.
엔씨는 그간 소수의 이용자에게서 큰 소비를 이끌어내는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BM을 고수해왔다. 다만 TL에선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배틀패스’의 비중을 높이며 변화를 시도했다. 서구권 게이머들이 ‘페이투윈(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형태의 수익 모델에 반감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최문영 TL 개발총괄수석(PDMO)은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TL에 관해 가장 많은 우려를 하는 지점이 비즈니스 모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저희도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발 단계에서 BM에 대한 엔씨 측의 고심이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TL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했다. 대신 무료와 유료 버전으로 나뉘는 ‘시즌패스’와 ‘성장 일지 패스’를 내세웠다. 외형을 변경할 수 있는 치장용 아이템이 존재했지만 추가 스탯이나 능력, 효과가 부여되지 않아 캐릭터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엔씨의 전작들과는 차별화 된 지점이다.
이용자들 역시 엔씨의 과감한 시도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향후 정식 오픈 이후에도 이러한 BM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엔씨는 수집한 데이터와 의견을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에서 BM의 완성된 형태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럿 과제를 받아든 엔씨는 출시 전까지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할 전망이다.
TL 개발진은 30일 “여러분과의 일주일은 저희가 개발해 온 몇 년보다 값진 시간이었다”며 “게임의 근본적인 방향성부터 콘텐츠의 작은 디테일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테스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 기회를 빌어 한층 층 성장하는 엔씨가 되겠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