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식에 다 들어가는 소금을 사놔야 할까요”
“해산물 좋아하는 집안인데 더 걱정입니다”
“취약계층 아이들, 가장 먼저 후쿠시마 오염권에 들어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현실적 목소리가 나왔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방류 이후라면 더 이상 상황을 되돌릴 수 없기에 국민을 속이거나 정보를 감추려 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자는 요구도 있었다.
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는 고민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대책위,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과 시민 사회 관계자들은 외교 문제, 정당의 이해득실을 떠나 이 땅에 생존하는 국민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많은 걱정을 품고 있었다. 자양고 학부모 대표로 나온 최미정씨는 자녀의 먹거리 걱정을 한껏 쏟아냈다. 학교 급식뿐 아니라 입대해 군 복무 중인 아들의 군 배식까지 걱정된다며 작금의 상황에 강한 우려를 보였다. 그는 “소금을 사재기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양초 학부모회 신수정 간사는 “건강과 직결된 아이들의 먹거리를 제일 중시하는 학부모에게 오염수 해양 투기는 말만 들어도 불안하고 무섭다”며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그는 급식에 제공되는 식재료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기관은 어디인지, 철저한 검사와 관리가 되는지, 이상이 있을 때 후속 조치 등등 안전 문제에 의문을 품으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결식아동 등 취약계층, 제일 먼저 오염수 영향권”
“소금, 모든 음식 들어가…방류되면 방사능 영향권 못 벗어나”
결식아동 급식 카드 지원, 학교 방과 후 돌봄 및 교육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참석했다.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지금 학교 급식 관리에 대해서 주로 들여다보고 있으나 결식아동, 단체 급식소에서 급식을 해결하는 취약계층 아동들은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법에 따라 지역아동센터가 운영하는 급식소도 정기적 관리 감독을 받지만, 식자재가 어떤 유통으로 들어오는지 알 수 있다. 배달앱이나 편의점을 통해서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연합’의 안상희 가공품위원회 위원장은 오염수 방류가 된다면 지금처럼 조합이 운영될지에 의문을 품었다. 또 물가 상승도 우려했다.
안 위원장은 “한살림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영세기업들과 함께하는 조직으로 자체 (감마 핵종) 검사 장비를 자체 보유하는 게 쉽다. 혹여 있다고 해도 검사 비용이 생산 원가에 적용돼 당연히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안 쓴다고 해도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이 오염되면 결국 방사능 위협권에서 피해 갈 수 없다”며 “생산자 입장에서는 오염수 유출 이후에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결국 어려워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공통된 얘기는 오염수 방류를 막으면 모든 걱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바다에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떤 행태로든지 소비자들과 국민은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공감했으며, 정부가 정치·외교적 논리가 아닌 국민의 대표자로서 이를 충분히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정부 토론회에는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학부모들과 시민사회가 품는 의문에 뚜렷한 답은 주지 못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