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24일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주당 당내 계파 갈등 촉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사실상 정계 복귀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더 주목된다.
친명·비명 당내 계파 갈등이 잠재된 가운데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이 전 대표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는 24일 귀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활동을 위해 출국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전 대표는 그간 국내 정치권과는 거리감을 두어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 당면 위기가 나오자 대안으로 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체제로는 안 된다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그의 국내 복귀 소식에 민주당 내 분위기는 벌써 요동치고 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그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가 귀국하더라도 당내 정치를 포함해 국내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 행보를 일축했다. 당장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병훈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이 전 대표가) 역할을 하겠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했지만 국내 정치에는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최근 국제정치와 관련한 책을 냈다. 귀국 후에 미중일·북한 문제 등에 대한 특강을 다니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라며 “그가 귀국해 국내 정치에 대해 말하는 순간, 당내 비명·친명 갈등이 어쩌네 하는 말이 쏟아져 결코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정치 평론가들은 자중론에 무게를 뒀다. 당장 본인 지지층을 결집하거나 당 대표의 반대편에 서는 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이 전 대표이기에 당장 계파를 결집하고 당을 흔드는 경솔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강력히 비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본인에게 기회가 오는 순간 승부를 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정치평론가 김홍국 경기대 교수와 이은형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당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가 띄워졌기에 이 전 대표 귀국에 따른 파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쿠키뉴스에 “검찰이 ‘돈봉투 의혹’과 관련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는 당의 위기에는 당내 계파를 불문하고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혁신위가 발을 뗀 만큼 혁신위 행보를 지켜보면서 단합하는 모양새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소장은 “혁신위가 띄워졌기 때문에 당내 모든 관심은 혁신위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 전 대표가 귀국한다고 해 잠깐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명계 의원들도 크게 주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