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일정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청년’이다. 올해 초까지만 청년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던 정치권이 요즘은 유행처럼 청년이란 단어를 들먹인다. ‘미래세대 청년을 위한 정책’ ‘청년의 진짜 목소리 경청’ 등을 약속하지만, 실상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은 여당과 야당의 사활이 걸린 선거인 만큼 총선이 다가올수록 청년 표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총선서 질 때는 혹여 당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도 섞여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먼저 나서 청년 현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소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청년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정부에서도 청년 관련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여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청년 조직 ‘중앙청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은 천심 이전 ‘청심(청년의 마음)’을 받들어야 한다”며 청년 친화적 발언을 냈다. 또 지난달 24일 당내 청년정책 총괄기구인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특위)에서는 ‘예비군 3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청년을 위한 특정 정책이나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청년세대가 당내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청년정책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며 “최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책위 청년 부위원장들이나 중앙청년위원들에게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 마이크를 빌려줘 말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청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당내 청년정책을 총괄하는 청년미래연석회의(청년회의)를 출범시켰다. 아울러 올해 안에 좋은 청년정책 100가지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까지 발굴한 민주당의 청년정책은 △1000원 아침밥 확대 시행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지방산단 중기 청년 근로자 교통비 지원 등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청년 행보에 나서고 있다. 8일에는 양대노총 청년 노동자들을 국회에 초대해 청년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기성세대 노동계 인사를 초청할 수도 있었지만, 청년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고자 특별히 양대 노총 청년 노동자 8명씩을 참석시켰다.
전용기 민주당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을 변화시키는 내실 있는 청년정책을 만들기 위해 당 전체가 현재 열심히 노력 중”이라며 “당장 주목받기 쉬운 공수표 정책보다 청년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연말쯤이면 청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30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뜨거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선거를 판가름할 ‘부동층’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대별 인구 구성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어느 정당에 표심을 던지느냐에 따라 선거의 판세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선이나 총선 등 굵직한 선거에서는 2030 세대 표심을 누가 더 얻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대선도 마찬가지다.
모든 선거에서 통용되는 기준은 아니지만, 수년간의 각종 선거 데이터와 여론조사 등을 볼 때 2030세대는 매번 다른 정당 지지 경향을 보여왔다.
60대 이상은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하고,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거친 40·50대는 민주당 등 진보 정당을 더욱 지지하는 게 일반적인데 2030세대는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선거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청년 정책들을 보고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내놓는 선심성 청년정책은 반짝 이슈 몰이는 될지 몰라도 총선 표심까지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여야가 모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양당이 앞다퉈 청년 친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총선서 청년세대의 지지를 받는 것은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김남국 코인 논란’으로 청년층의 지지율이 상당히 빠진 상태고, 국민의힘은 이준석 축출 사태로 이미 청년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며 “총선까지 남은 기간에 양당이 각자 지닌 청년 리스크를 얼마나 해소하고 청년 정치인에 대한 공천권 보장 등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총선의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