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문의하러 오신 분은 고객님이 처음이세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금융정책 ‘청년도약계좌’가 계획 발표 이후 약 1년만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과 비슷하게 청년층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정책금융상품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가입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출시 첫 날 현장은 생각보다 썰렁했다. 비대면 가입이 가능하기에 대면 신청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방문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는 도약계좌 가입을 문의하는 방문객들을 찾을 수 없었다.
청년도약계좌 15일 출시…비대면 가입 중심 ‘5부제’ 운영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가 15일 부로 정식 출시됐다.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70만원 한도에서 자유 납입하는 5년 만기 적금상품이다. 가입자는 만 19~34세 청년 중 개인소득이 연 60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이 중위 180% 이하(2021년 1인 가구 기준 월 329만95원)들이며, 소득구간마다 정부지원금이 차등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11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하나·IBK기업·KB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각 은행 앱에서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중 우리·하나·기업은행은 영업점에서도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신청자가 몰릴 것을 감안해 첫 5영업일 동안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5부제를 운영한다는 당국 방침에 따라 15일 기준 신청 대상은 출생 연도 끝자리가 3, 8인 청년들만 신청할 수 있다. 16일에는 끝자리 4·9, 17일에는 끝자리 0·5, 20일에는 끝자리 1·6, 21일에는 끝자리 2·7이 신청할 수 있다. 22일과 23일에는 출생 연도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7월부터는 2주간 가입신청 기간을 운영하며 매달 가입 신청을 따로 받는다.
대면 가입 현장은 ‘썰렁’…우대금리 조건·자세한 설명은 ‘장점’
쿠키뉴스는 신청 첫날 대면 가입을 받는 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기자가 오전 10시즈음 방문한 영등포시장 인근의 영업점에서는 모두 다 일반 창구업무들을 보거나 대출업무를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전부였다. 한 곳을 제외한 영업점 모두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문의한 고객은 기자가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오후 12시 점심시간 여의도 인근의 영업점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인들이 주 가입대상인 청년도약계좌다 보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업점에 방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의도 영업점에서도 청년도약계좌 가입으로 방문한 고객은 기자가 처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영업점 창구 직원은 “청년도약계좌가 비대면 신청이 가능하고, 현재 신청 기간은 가입이 가능한 지 확인하는 절차만 진행하기 때문에 영업점에 오지 않고 신청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 가입이 가능하다지만 대면으로 방문하는 것에 대한 이점은 분명히 있었다. 청년도약계좌의 우대금리 충족 요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은행원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별다른 요건이 없어 가입만 하면 됐지만, 도약계좌의 경우 은행마다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조건이 다르다 보니 이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영업점 창구 직원은 “일반 적금이 대체로 1년이 만기인 것과 달리 도약계좌의 만기는 5년인 만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게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첫 예금 통장 개설에 따른 우대금리나, 당행 카드 소비로 제공되는 우대금리 등을 받기 위해 신청 이후 7월 상품 가입을 위해 영업점에서 상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년도약계좌, 생각보다 관심이 뜨겁지 않던 이유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둘 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시들했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사전 가입확인 기간에만 약 200만명이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한데다가 전체 가입자들은 300만명에 달했다. 출시 당일 5부제를 실시했음에도 은행 앱들이 접속장애까지 발생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반면 청년도약계좌 신청이 대부분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졌다지만 접속장애가 생겼다는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청년 7만7000명이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5부제 기간 가입자들을 예상해보면 35만명에서 37만명 내외가 될 것이라 추정된다. 청년희망적금 가입기간이 2주, 가입자가 286만명이 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아쉬움’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가장 먼저 꼽힌다. 대체로 기본 제공금리가 4.5%에 1.5%p 우대금리를 전부 합산해야 6.0%가 유지된다. 우대금리의 조건들에는 △월 30만원 이상 카드결제 실적을 가입기간의 절반 이상 유지 △휴대전화 요금제 3년간 유지 △급여 자동이체 및 신규 혹은 6개월·1년 이상 당행 이용실적이 없을 것 등이 있다.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3년후 변동되는 것도 청년들이 가입을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다. 3년후 금리가 0.25%p만 떨어져도 청년들이 모을 수 있는 목돈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봉 2400만원인 청년이 청년도약계좌에 매월 70만원을 납입해 최대 기여금 2만4000원을 매달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금리를 연 6%로 5년 고정으로 적용하면 만기후 수령금액은 5000만9700원(가입일·적금 납부일·정부기여금 입금일 동일시)이다.
하지만 3년 후 금리가 변동돼 적금금리가 0.25%p 떨어지면 나머지 2년 동안은 연 5.75%가 적용된다. 이 경우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4983만9950원으로 줄어든다.
또한 5년이라는 기간을 유지해야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여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사회초년생 김 모씨는 “지난해에는 구직활동을 하느라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지 못해 이번에 출시한 청년도약계좌에 가입신청을 했다”며 “다만 지금 받는 월급을 생각했을 때 5년동안 꾸준히 최대 70만원씩 납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해지 방어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또 적금담보부대출을 운영해 중도해지를 방지 장치로 마련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계좌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의 계좌 유지 지원이라는 개념을 가입후 1년 정도 유지한 사람으로 맞췄다”며 “1년 동안 돈을 부었는데 갑자기 돈 쓸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계좌를 해약하지 않고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