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3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민심’ 동향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가짜뉴스에 의원들은 알게 모르게 속앓이 중이고, 또 지역 민심에 반한 당의 정책 기조와의 사이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총선을 300여 일 앞둔 가운데 다수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심하게 요동치는 지역 민심에 적잖아 속앓이 중이다. 지역서 제기되는 가짜 뉴스 등을 일일이 대응이 쉽지 않고 일일이 정면 대응하다 보면, 오히려 민심과는 멀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경기 광명을 지역구로 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역서 제기된 가짜뉴스에 이미지 손상을 받았다. 임 의원이 구일역 광명 방면 출입구 신설을 위해 광명시·코레일과 실무협의를 시작했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과대 포장 홍보’ ‘면피성 행보’라면서 지역 언론 A 매체가 이를 저격한 것이다.
물론 지역 A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매체는 코레일 관계자 말을 인용하면서 보도했지만, 정작 코레일 측은 “회의에 참석했고, A 매체의 취재에 응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악의적인 보도가 지역민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논란에만 크게 주목할 뿐 해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악의적 망신주기 행태가 반복되면 해당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혀지고 이는 공천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항상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지역 내서 흑색선전, 비방전이 벌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가짜뉴스는 일상화되는 경향이 있다. 상대 정당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서 ‘돈봉투 의혹’이 불거질 당시 장경태 의원이 이름이 담긴 ‘돈봉투 지라시’ 글이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졌다. 글쓴이는 같은 당내 경쟁자 진영을 지지하는 시민으로 이에 장 의원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악의성을 담아 유포했다면서 이를 고발하기도 했다.
TK 민심만 보면 ‘오염수 반대’ 맞지만
공천권 걸려 ‘침묵 모드’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의원들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행여 지역 민심에 변화가 생길까 전전긍긍이다. 지역 민심만을 생각한다면 일본 오염수 방류를 적극 막으라고 주장해야 하지만, 당에 공천권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역을 돌면서 불안해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일본보다 중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설명해 드리면 수긍하신다. (민심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객관적 지표에서는 민심의 변화가 감지된다.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가 지난달 26~28일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과 일본인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한국 국민은 84%에 달했다.
거물급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의원실은 비상이 걸린다. 거물급이 아니라도 다른 경쟁자의 현수막이 본인 지역구에 걸리기만 해도 꽤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차기 총선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경북 영주를 지역구로 둔 박형수 의원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SBS 뉴스에 출연해 “우 수석과 대학 동기고 근무도 같이했다. 출마한다면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않겠느냐”고 담담히 말했지만, 그의 등장이 불편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매주 지역을 찾아 지역 민심을 챙기는데 매번 경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며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다시 지지해 줄 것이라고 믿지만, 나도 인간이다 보니 심정적으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