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하는 한국과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3개국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 한국 부산, 이탈리아 로마 순으로 각국 대표들이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PT 두 번째 주자인 한국은 ‘미래·약속·보답·연대’를 키워드로 부산 유치 열망을 심사위원들에게 강하게 피력했다. 마지막 PT 연사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를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를 통해 세계 청년들은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협력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만남의 장이 될 것.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30분가량 진행된 한국 측 PT는 기후 위기, 디지털 격차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의 해결을 위한 TV 오디션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가수 싸이가 연사로 등장해 K팝과 함께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 K-드라마·영화의 한류 열풍을 언급하며 문화 엑스포를 강조했다.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도 “부산 엑스포는 인간과 자연, 기술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도 영상을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상에서 카리나는 미래세대를 대표해 오디션 쇼 진행자로 출연해 PT의 시작과 마무리를 이끌었고, 조씨와 우리다문화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부른 유치 응원곡 '함께(We will be one)'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도미니크 페로’도 영상을 통해 부산 엑스포 지지를 표명했다.
엑스포 부산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달러를 앞세운 거대 인프라와 ‘여성’을 내세웠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란 지적을 받곤 하는 사우디는 6명의 PT 연설자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이 맡았다. 특히 연사 중 이븐 사우드 사우디 초대 국왕의 증손녀이자,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미 대사인 리마 빈트반다르 알 사우드 공주가 주목받았다. 그는 “사우디는 당신의 국가, 문화, 인종, 성별,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야드 시 왕립위원회에서 조경과 창작예술 등을 담당하는 여성 국장 2명이 나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엑스포 구현을 약속했다. 또 2030년 리야드에 들어설 예정인 킹살만 국제공항에서 엑스포까지 이동을 간편하게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엑스포를 기업가와 투자자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이탈리아보다 이른 지난 16일 파리에 도착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179개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사우디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등을 소개하며 유치전에 나섰다. 이날 반살만 왕세자는 총회에 직접 참석했지만 PT 연설자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로마는 ‘사람과 땅: 도시 재생, 포용과 혁신’을 주제로 내세웠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엑스포 전시관마다 청정에너지 생산 시설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전시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6개월짜리 박람회가 끝나고 나서도 엑스포에 참여한 나라가 요청한다면 전시관을 연구 기술센터 등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로마와 해당 국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날 이들은 10살짜리 소녀와 이탈리아 최초 여성 우주인 등을 연사로 내세워 로마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PT는 엑스포 유치를 위한 5차례 경쟁 중 4번째다. 이번 4차 PT는 올해 11월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BIE회원국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최종 개최국은 11월로 예정된 제173차 총회에서 5차 경쟁 PT 이후 투표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