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하며 동반성장을 강조했으나, 콘텐츠 지식재산(IP) 독점 문제는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 생태계를 개선해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창작자들의 IP 사용에 따른 혜택”이라는 게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 경영자)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22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서랜도스 CEO와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 그리고 취재진이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화두는 콘텐츠 흥행에 따른 추가 보상. 넷플릭스는 콘텐츠 창·제작자에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하는 반면, 콘텐츠 IP를 독점해왔다. 이 때문에 ‘오징어 게임’ 등 한국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해도, IP를 기반으로 한 부가 이익은 창작자나 제작사가 아닌 넷플릭스에게 돌아가고 있다.

‘D.P.’, ‘지옥’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변승민 대표가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해 창작자와 제작사의 수익을 늘릴 방법을 넷플릭스가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변 대표는 “넷플릭스와 작업하며 수익분배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지속가능한 창작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수익 배분에 관한 현실적인 규칙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인 퍼스트맨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도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과 투자가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고 거들었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추가 보상을 후속 시즌 제작비에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후속 시즌) 제작비에는 (이전 시즌 흥행에 따른)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포함돼 있다”며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거둔다면 후속 시즌을 논의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가장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영상물 저작자가 IP를 양도한 후에도 콘텐츠 최종 제공자에게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OTT 업계의 반발이 큰 상태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가진 콘텐츠 IP를 제작사와 나눌 계획도 당분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랜도스 CEO는 IP 공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창작자들은 IP 사용에 따른 혜택을 계속 받고 있다.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창작자들에게 더 좋은 제작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또, “넷플릭스는 창작자와 제작자에게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다”며 “시즌2가 제작될 경우 (시즌2 제작비에) 시즌1의 인기에 따른 보상을 포함한다”고도 했다.

SK브로드밴드와 3년째 소송 중인 망 사용료 문제에 관해선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처럼 트래픽을 대량으로 유발하는 업체라면 전용선 사용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 접속료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를 별도로 내라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맞서왔다. 서랜도스 CEO는 “우리는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인 오픈커넥트 시스템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1개 이상 시청했고, 4년간 한국 콘텐츠 시청시간은 6배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해온 일은 겉핥기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넷플릭스는 이 돈을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차세대 창작자를 육성하고 파트너 회사들을 지원하는 데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