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민주유공 대상자를 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등 민주당의 파격 제안에도 ‘수용 불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친북·폭력 논란이 있는 사건이 민주유공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국민 공감이 부족하다는 명목상 이유인데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이외 민주화 운동 참가자들도 유공자로 지정하자는 것으로 이들의 배우자 및 자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6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민주화 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동의대 사건’ 관련자도 포함됐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깜깜이 심사’로 법안을 밀어붙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유공자법 제정은) 우리 국민 모두가 만들어 낸 ‘민주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사실상 민주유공자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의 주장과 달리 국회 정무위 법안1소위에서 논의 중인 법안은 논란의 사건들은 전격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원식·전재수 의원이 각각 발의해 현재 논의 중인 두 법안은 모두 ‘국가보안법이나 형법 등을 위반한 경우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명시 규정을 두고 있다. 법의 명령을 위반 또는 품위를 손상하는 경우에는 3년의 범위에서 예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한다고도 적시하고 있다.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한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남민전·동의대·서울대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된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유공자법 72조에 따라 국가보안법, 내란죄·외환죄, 살인죄, 폭처법위반죄, 특가법위반죄, 특경법위반죄, 성폭범위반죄 등의 범죄는 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며 “특히 내란죄·외환죄는 예외조차 인정하지 않는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조선일보가 27일 추가 보도한 김성주 의원의 셀프 입법 논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민주유공자법을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셀프 입법을 추진 중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지만,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사실과 다르다고 즉시 해명했다.
김 의원은 “1990년 노동자 100주년 시위 때 경찰에 잡혀서 집단 폭행을 당해 허리에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지만, 보상심의 과정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며 “논의되고 있는 안에서 저는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민주유공자법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은 국가보안법·형법에 해당하는 사건을 민주유공 대상에서 전격 배제한 것에 더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은 정부가 마련한 기준으로 추가 심사하는 법적 근거를 법안에 넣자는 파격 제안을 했다. 사실상 유공자 대상에 누구를 포함할지를 정부가 판단토록 한 것으로 여당이 우려하는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은 반대 일색이다. 윤한홍·윤창현·강민국 의원은 지난 3월 정무위 법안1소위에서 “이미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이 이뤄졌다. 추가로 유공자로 편입하는 게 타당한지,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주경 의원은 “이한열·박종철 열사가 (유공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법이 꼭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민주유공자법은 어떤 사건을 특정해 유공 대상으로 삼자는 게 아니다. 기준만 명시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으로 다루고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또 가짜뉴스도 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정치평론가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2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국가보훈부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분들에 대해 예우하고, 보상하고 있는데 무슨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최근 검찰 출신 한 인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고 하는 등 현 정치권에 진영 편 가르기, 색깔론 등이 만연해 있다. 대결구도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