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불안정성 상승과 업권의 연체율 상승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올해 2분기 주요 저축은행 4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가장 최근에 조정된 곳은 웰컴저축은행으로, 23일 기준 기업신용등급 전망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려갔다.
앞서 한기평은 9일 키움저축은행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여기에 지난 5월 저축은행업계 2위 오케이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오케이저축은행과 신용등급은 기존등급인 ‘BBB+’를 유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렸다. 나신평은 OSB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OSB저축은행이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된 점 △부동산개발금융자산 등 자산건전성 저하위험이 확대된 점 △자본적정성이 열위한 수준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에서는 저축은행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이유로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저축은행들의 신용도 하락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1425억원으로 집계됐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조달비용이 덩달아 증가하면서, 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난 것이 문제로 지목된다.
또한 부동산PF의 비중이 큰 것도 저축은행 신용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위험 상품인 브릿지론(부동산 개발 사업 인·허가 전 단계의 대출) 비중이 크다는 점은 주요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꾸준히 상승하는 연체율도 문제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5.0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2.59%) 대비 2.48%p 오른 수치다.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이 5%를 넘긴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나마 순위권 저축은행 중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신용등급 A등급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26일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등급을 부여받은 이후 한국신용평가에서도 동일 등급을 획득하며, 국내 주요 기업신용평가 기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획득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신평사들은 각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국내외 산업과 경영환경 변수를 고려해 향후 ‘신용전망’을 내놓는다. 이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향후 6개월 안에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신용전망 하향이 당장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회사 재무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권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영업환경 전반이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보니 연체율 상승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