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한국 게임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르 다변화와 플랫폼(PC‧모바일‧콘솔) 다각화를 바탕으로 게임 본연의 재미를 살린 것이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데이브 더 다이버(데이브)’, ‘워헤이븐’, ‘P의 거짓’ 등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한국 게임들은 최근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스팀은 30여 종에 달하는 언어를 지원하는 등 해외 이용자 접근성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스팀에서의 성과가 곧 글로벌 흥행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개발 단계에서 피드백을 받기 쉽고,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어 최근에는 제한된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스팀에 게임을 미리 출품하는 게임사도 여럿이다.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이 지난달 28일 스팀에 출시한 데이브는 하루 만에 국내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오르고, 전체 인기 게임 순위는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0일 기준으로는 4위를 기록했다.
데이브는 어드벤처와 타이쿤 장르를 결합한 게임이다. 이용자는 오전과 오후 블루홀을 탐사하면서 재료를 수집하고, 밤에는 이를 바탕으로 초밥집을 운영해야 한다. 빈 시간에는 자유롭게 해양을 누비면서 새로운 지역을 모험할 수도 있다. 장르의 균형, 만듦새 좋은 도트 그래픽, 다채로운 이벤트와 퀘스트, 풍부한 스토리 등은 이 게임의 매력 요소로 꼽힌다.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은 잇따라 호평을 보내고 있다. 30일 오후 7시 기준 스팀 내 데이브 페이지에 작성된 리뷰는 1만3628개로, 이용자 97%가 긍정 평가를 남겨 ‘압도적 긍정’을 기록 중이다. Vice라는 닉네임의 한 해외 이용자는 스팀 내 데이브 페이지에 “정말 놀라운 게임이다. 아름다운 아트 스타일, 중독성 있는 게임 플레이, 편안한 음악, 다이빙과 탐험 구성 요소를 레스토랑 관리와 결합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호평했다.
네오위즈가 오는 9월19일 PC와 콘솔로 출시하는 ‘P의 거짓’ 데모 버전에는 국내외 게이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P의 거짓은 지난달 9일 데모 버전을 내놓은 지 3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회를 기록했다. 같은 달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린 ‘2023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선 최고 화제작으로 선정됐다. 넥스트 페스트는 스팀이 주최하는 출시 예정작들의 축제다. P의 거짓은 해당 행사에서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일일 활성 플레이어 수는 2위였다. 지난해 세계 3대 게임 전시회 중 하나인 ‘게임스컴’에서 3관왕에 오른 이유를 증명했다.
P의 거짓은 높은 난도와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의 실력 향상을 유도하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다. 고전 동화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인형 ‘P’가 황폐화 된 크라트시티를 모험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용자는 팔과 칼, 칼날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스타일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P의 거짓이 소울라이크 게임의 검증된 시스템을 차용하면서도, 독자적인 게임성을 구축했다고 호평했다. 영국과 미국의 게임 잡지 PC게이머는 “P의 거짓을 몇 시간 플레이한 후 피노키오 소울에 푹 빠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일본 최대 콘솔 게임 주간지 패미통은 “극히 일부를 플레이했지만, P의 거짓이 독자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소울라이크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넥슨이 개발 중인 ‘워헤이븐’ 역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워헤이븐은 칼과 창 등 냉병기가 존재하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연합’과 ‘마라’ 두 진영이 16대 16으로 나뉘어 맞붙는 대규모 PvP(이용자 간 전투) 게임이다.
워헤이븐의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체험판은 일일 활성 플레이어 수 1위, 인기 출시 예정 제품 2위,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 7위에 올랐다. 위시리스트 순위 또한 100위권에서 60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게이머들은 워헤이븐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역동적인 액션, 최적화, 세계관과 근접전의 조화 등에 호평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에픽세븐’, ‘블루아카이브’ 등 모바일로 출시된 서브컬처 게임도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흥행몰이에 성공, 다양한 국내 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고 있다. 업계는 한국 게임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아낸 것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재홍 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학교 교수)은 “최근에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 게임에선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볼 수 있다. 참신한 인디성, 덕후기질의 서브컬처성, 라이트게임성, 장르의 다양성, 콘솔게임, 크로스플랫폼, 스팀게임, 소액결제 등이 공통분모로 나타난다”라고 짚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MMORPG 및 FPS(1인칭 슈팅게임) 같은 장르 편중현상과 확률형 아이템의 과도한 과금으로부터 염증을 느낀 이용자들의 마음을 게임사들이 제대로 헤아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게임산업계가 초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게임제작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참신한 K-게임 IP(지식재산)를 생산해 낸다면 진정한 글로벌 게임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