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국내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곧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금융업계의 반응은 미묘하다. 점포 확대 등 시중전환을 위한 투자에도 미온적인 상황인데다가, 금융업계의 업황 자체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보니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한 개선안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윤 대통령은 꾸준히 시중은행들의 ‘이자 잔치’ 비판과 ‘과점체제’의 문제성을 지적한 바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김소영 부위원장을 필두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 과점체계를 깨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종 검토와 의견수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발표 일정이 한 주 늦어지게 됐다.
이번 TF에서 논의된 내용으로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크게 6개 과제 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과점체계’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총 12차례 열린 실무작업반에서는 △신규은행 추가 인가 △은행-비은행권간 경쟁촉진 △은행권 스몰라이센스(인가 세분화)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제고방안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허용 △은행권 상생금융 활성화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은행권 과점체계를 깨기 위한 신규은행 추가인가, 스몰라이센스 도입, 인터넷·지방은행 경쟁력 제고방안들의 경우 금융업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안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지방은행 중 자본금·지배구조 요건을 갖춘 곳에 시중은행 인허가를 내주며 ‘신규 경쟁자’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작 지방은행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방은행은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총 6곳이 있는데 당장 시중은행으로 전환이 가능한 요건을 갖춘 지방은행은 DGB대구은행 뿐이다. 투뱅 크 체제를 유지 중인 BNK금융의 부산·경남은행과 JB금융의 전북·광주은행은 금산분리 규제와 동일인 주식보유 한도 요건에 저촉돼 지배구조 문제를 선행해야 한다. 또한 제주은행의 경우 규모가 작아 시중은행으로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대구은행만이 남은 상황인데, 대구은행에서는 시중은행 전환 신청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구은행은 “내부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를 진행했다”며 “향후 금융당국의 방침이 구체화되면 보다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전환에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메리트’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됐을 경우의 장점은 자금조달 비용 감소와 수도권 진출이 원활해진다는 점, 중기대출 의무비율 완화가 있는데, 이들 모두 굳이 지방은행들로선 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금융 확대에 따라 비대면 금융상품 출시가 대세가 됐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서울과 수도권에 점포를 확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여기에 지방은행에게 족쇄로 여겨졌던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도 완화됐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에 차등 적용된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가 이달 들어 50%로 일원화됐는데, 이에 따라 지방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과 건전성 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지방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지역 내 재투자, 영업점 현황 등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보니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과의 유대 관계, 디지털 전환 등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 전환에는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