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감독당국 수장이 KB금융의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칭찬하고 나섰다. 평소 금융그룹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복현 금감원장의 이례적인 발언에 KB금융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종료된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렸으며, 주주, 직원, 노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최근 의견 청취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지난달 30일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KB금융은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다”면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업계에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회장 롱리스트(1차후보)가 어떤 기준으로 해서 어떤 경로로 작성된 것인지, 또 쇼트리스트를 만드는 기준과 평가에 필요한 시간이 확보되었는지 (의문이다)”라며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KB금융이 오랜기간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금융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격화된 KB사태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줄 곳 추진해 왔다.
사고 딛고 마련된 경영승계 프로그램
KB사태는 2014년 주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당시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반목한 사건이다.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모피아’ 출신이고, 행장은 학자 출신이다. 당시 KB사태의 원인이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 회장은 KB사태 직후 취임해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시켜,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성 및 추천 문제와 함께 CEO 후보 육성 및 경영승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특히 KB사태의 원인이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CEO 후보 육성 및 경영승계 프로그램 마련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마련된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먼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할 때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면서 현직 회장의 참여를 제한했다. 당시 금융지주들의 회추위가 일부 사외이로 구성되거나 현직 회장의 참여로 ‘셀프연임’ 지적을 받고 있던 만큼 나름 파격적인 조치였다.
여기에 경영승계 개시 시점을 회장의 임기만료 최소 2개월 전으로 명시해 차기 회장 선임에 충분한 시간을 보장했다. 최근 진행된 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이 1차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대략 보름만에 끝난 점과 비교하면 차기 회장을 신중하게 선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그룹 내 임원 등 내부 후보자와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은 외부 후보자를 반기 단위로 선별해 상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내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Future Group Course) 운영을 통해 CEO 후보로서의 역량 및 리더십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내부 후보군의 계열사간 이동, 계열사내 직무전환, 그룹 경영관리위원회 활동, 이사회 보고 참여 등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윤 회장이 KB금융을 허인·양종희·이동철 3인의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후보군 육성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칭찬 속 뼈 있는 한 마디
다만 금융권에서 이복현 원장의 이례적 칭찬에도 KB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긴장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원장이 칭찬과 함께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들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어 향후 필요하다면 개선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발언을 남긴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원장이 타 금융지주 회장의 세대교체를 압박해 왔던 만큼 이번 발언도 KB금융의 세대교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4연임 보다는 경영 승계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4연임이 불가능하지 않은 만큼 세대교체를 종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실제 KB금융에 CEO의 4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단지 회장이 선임 및 재선임 시 만 70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다. 윤 회장의 나이는 올해 만 68세로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만약 윤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하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세 번째 4연임에 성공한 CEO로 남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