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치 복원’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3일 발족한 여야 2+2 협의체를 중심으로 오는 15일까지 선거구제 개편 등 선거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를 동력 삼아 ‘원포인트 개헌’까지 추진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김 의장은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협상을 오는 15일까지 끝내야 한다”며 “의장과 여야가 선거법 협상에 본격 착수하기로 합의한 만큼 당 지도부가 책임 있게 당 협상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주어진 시간이 불과 2주 안팎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간 정치개혁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을 비롯해 정개특위, 전원위원회 개최, 공론조사, 전문가 의견조율 등의 절차를 거쳤고, 관련된 내용을 각 정당에 이미 드렸다”며 “당내 의견을 모아 토론하고, 숙의할 충분한 시간을 준 만큼 이제 여야가 협상에 나서면 충분히 (선거구제 개편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발족한 2+2 협의체를 철저한 보안 속에 운용해 실질적인 결론 도출에 힘쓰겠다면서 여야 최종 협상안이 나오기 전까지 언론의 증폭 보도 자체도 부탁했다.
김 의장은 “과거 선거법 협상 사례를 볼 때 각 정당의 입장을 약간 과장해 브리핑하는 경우가 있고, 언론이 이를 더욱 부풀려 증폭 보도하다 보니 각 당 의총 등에서 극렬한 비판에 부딪혀 (선거구제 개편이) 좌절되기 일쑤였다”며 “어제 출범한 2+2 협의체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지킨 상태에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협상하겠다. 최종 협상안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언론도 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국회의장 취임과 함께 줄곧 강조해온 ‘개헌’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김 의장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제도화하려면 그 출발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여야 간 최소한의 신뢰 회복”이라면서 “선거법 개정 협상을 제헌절까지 마무리 지으면 여야에서 생겨난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개헌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국회에서 역대 국회의장 5분이 개헌을 위한 실무적 준비는 이미 다 다져오셨다. 이제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며 “30년이 넘게 못 해 온 개헌이기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여야와 대통령이 국민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으로의 개헌에 합의하면 내년 총선과 함께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많은 정치 현안 얘기가 등장했지만, 모든 주제가 선거구제 개편 얘기로 귀결됐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로 20여 년이 넘는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오래된 한국정치계의 숙원인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보인 것이다.
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면서 결연한 의지로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는 “큰일을 할 때는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강물에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길을 모두 끊고 결연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처럼 선거제도 개편을 해 나가야 한다”며 “지난 1년간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국회의원, 시민, 언론인, 전문가 등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았고 이제 마지막 한고비가 남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길은 없다.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끝맺었다.
한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라는 메시지도 냈다.
김 의장은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한 검증만으로 국제사회가 불안을 달랠 수 없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80%가 걱정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서는 국민의 걱정과 야당의 반대에 대해 일본을 설득하는 지렛대로 삼는 외교적 지혜가 정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