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카드까지 ‘상생금융’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서 제 2금융권까지 동참해야 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을 필두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제 2금융권에도 서민금융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제 2금융업계는 당국의 이 같은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달 29일 영세 카드가맹점·취약계층을 위한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대상 신규대출(800억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이용대금 캐시백(100억원) △연체차주 저리 대환대출·채무감면(1300억원) △가맹점주 대상 상권분석·마케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상생금융 발표장에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뿐 아니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함께 있었다. 이복현 원장이 2금융권 행사에 참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원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연체율 상승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금융회사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합리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카드가 상생금융 패키지에 영세 가맹점·저소득층 대상 신규자금 지원을 포함한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시의적절하다”며 “앞으로 은행·보험뿐만 아니라 카드·금투 등 다른 업권에서도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상생 금융상품이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리카드가 상생금융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카드업계가 상생금융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지난달 행사에서 이복현 원장의 축사는 사실상 2금융권에게 상생금융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우리카드가 상생금융에 가장 먼저 뛰어들면서 카드업계에선 상생금융 참여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생금융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카드업계는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과 비교해 충분한 지원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상황은 긍정적이라 하기 힘들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5854억원으로 전년동기(7640억원) 대비 23.38%(1786억원) 감소했다. 개별 업체를 보더라도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66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759억원 5.2%를 기록하며 가장 ‘선방’했다. 삼성카드는 같은기간 대비 9.5% 줄어든 14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KB국민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줄었다. 이외에도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708억원으로 7.9%,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롯데카드는 각각 63%, 46.4%, 40.5%의 실적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사실 상생금융 참여에 대한 압박은 카드사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 카드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권에서도 상생금융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당국의 메시지는 결국 남은 2금융권도 동참하라는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뿐 아니라 다른 2금융권도 사정이 안좋은 것은 마찬가지다. 당장 대형 5개사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11억원)보다 78% 줄었다. 증권사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4% 증가한 2조23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2분기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황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 속 이 원장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는 카드업계가 상생방안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카드업권 전반에 요구한 적 없다”며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말을 못하지만 여력이 있는 카드·캐피탈사에서 제안해주면 당국이 지지한다는 정도의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