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진입장벽 완화…‘신규 플레이어’는 누구

금융사 진입장벽 완화…‘신규 플레이어’는 누구

DGB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선언…연내 신청 전망
신용데이터, 소상공인 특화은행 설립 계획 밝혀
제 4 인터넷은행 반응은 ‘미지근’…규제 여전해

기사승인 2023-07-08 06:00:29
쿠키뉴스DB.

금융당국의 금융권 경쟁 촉진 계획에 따라 금융사 설립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번 발표 당일부터 신규 업체들을 비롯해 기존 금융사들이 전환 선언에 나서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제 4인터넷전문은행’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 저축은행’의 신규 등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뒤 약 15차례의 걸친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번 개선 방안의 핵심은 은행업계에 신규 플레이어, 즉 ‘메기’를 풀고자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다. 당국은 그동안 사실상 필요에 따라서만 내주던 은행업 인가를 상시 신청 접수를 받아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만약 이를 통해 시중은행 인가가 발급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당국은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권 외 금융회사들이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을 활성화해 예금과 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고하고, 금융과 IT간의 협업도 강화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TF 출범 초기부터 가장 주목받았던 이슈 중 하나였던 특화 전문은행,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추가적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안들이 발표된 가운데 발표 당일 DGB대구은행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하며 첫 타자로 나섰다. 당장 대구은행은 지방은행들 중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곳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대구 수성구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대구은행


2023년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7006억원으로 은행법 8조에서 규정하는 시중은행의 최저 자본금 기준 1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또한 대구은행의 대주주(국민연금) 지분율도 8.78%여서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여야 한다는 시중은행 요건을 맞췄다. 또 삼성생명의 대구은행 지분율은 3.35%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율 4% 이하 조건에도 충족한다.

지배구조 역시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8.78%)이며 OK저축은행이 8.00%, 우리사주조합이 3.95%를 갖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빠르면 올해 내로 대구은행은 전환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은행과 함께 한국신용데이터도 같은날 소상공인 특화 은행(챌린저뱅크)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실제 영업 현황을 반영한 데이터로 소상공인과 개인기업(개인사업자)가 적시에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은행 모델을 구상 중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은 규모 있는 금융회사 등과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을 높은 수준으로 갖출 계획이다. 인가 신청의 시기와 방식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당장 신규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딱히 허가 요건이 완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는 자본력을 갖춘 네이버파이낸셜과 키움증권, 더존그룹 등이 언급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9년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이력이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모기업인 네이버 역시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을 내놨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 구역 제한 없이 4개 사까지(합병의 경우 영업 구역 4개까지) 인수를 허용하고,  구조조정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M&A 규제가 풀리면 부실이 본격화하기 전에 부실이 우려스러운 저축은행에 대한 정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구체적인 저축은행 인가 지침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인 M&A에 나설지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형사들은 수도권에 영업망을 갖춰 사실상 중·소형 저축은행들에 대한 규제완화”라며 “최근 저축은행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당장 영업구역을 늘리기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저축은행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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