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 소방수로 나섰다. 은행들은 이자장사와 과도한 성과급 문제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최근 예금이탈 현상을 보인 새마을금고와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채권 등 우량채권을 담보로 은행들이 새마을금고 RP를 인수해 새마을금고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른 결정으로 7개 은행은 은행별로 5000억원에서 2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통해 총 6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새마을금고에 지원할 계획이다. 당국은 예금 이탈로 악화된 새마을금고의 자금조달 사정이 이번 유동성 공급에 따라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의 시장 안정 노력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들은 새마을금고 예금 이탈의 원인이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진화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전금융권이 모인 ‘PF대주단’에 참여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물론 저축은행이나 보험,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비해 은행권의 PF 대출 부실율이 낮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고통 분담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레고랜드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도 은행권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며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당시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지주는 시장에 7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나섰다. 여기에 채안펀드․증안펀드 등 여타 지원을 모두 합산하면 총지원 규모는 95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도 은행권이다. 둔촌 주공 PF 7231억원의 만기 차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이 7500억원을 공급했다.
은행권에서는 이자장사와 과도한 성과급 지적에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호소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돈을 벌어 성과급과 배당에 모두 쓰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시장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며 “은행이 이익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을 향한 이자장사와 과도한 성과급 지적이 정치적 관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리 인상기 은행을 비판의 대상으로 만들면서 정치적 인기를 추구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며 “규제산업인 은행 특성상 처음부터 당국의 협조 요청에 모두 수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