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시장 ‘연말 인하’ 기대감↑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시장 ‘연말 인하’ 기대감↑

4연속 기준금리 유지…소비자물가 2%대 기록하며 안정권 진입
“사실상 인상 사이클 종결” 연내 금리인하 예상 많아

기사승인 2023-07-13 18:05:2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한국의 기준금리가 4연속 동결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권에 접어든데다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금융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금리인상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시점을 조율할 시기가 왔다고 기대감을 품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한은에서는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 현행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리가 동결된 것은 지난 2월, 4월, 5월에 이어 4연속이다.

한은이 4회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주요 이유는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 및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금융 안정 리스크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작년 동월 대비 2.7%)이 2%대로 떨어지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 2.4% 이후 21개월만에 있는 일이다. 

또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이유로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불안정성이 금융업권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 이른바 ‘상저하고’ 흐름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경제상황이 이전 전망치보다 회복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추가 금리 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금 경색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네 차례의 금리 동결을 두고 금융권에선 사실상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3분기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10월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11월에 0.25%p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도 우려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도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변수로 남아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역대 최대인 1.75%p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p 더 올리면 한·미 금리차는 2.00%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한미 금리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외국인 자금유출로 인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보다 동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물가 인상률이 약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 요인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시장의 예상치인 3.1%를 밑돌았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Fed가 주시해온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 시장 전망치(5.0%)를 하회하면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오름폭이 작았다.

다만 한은에서는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차 고수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를 마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분은 없다”며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보낼 경우 실제 인하 이전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하다 보니 최근 안정권에 접어든 물가나 환율이 오를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이를 경계해 꾸준히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인 시선으로 보더라도 연내 금리 인상은 없거나, 3~4분기 내에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선”이라고 첨언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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