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화생명e스포츠는 예기치 못한 악재와 맞닥뜨렸다. 주전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이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2군(챌린저스 리그)에서 급히 신인 정글러를 콜업해야 했다. 김태민이 빠진 직후 2경기에서 한화생명은 2연패에 빠졌다. 중상위권 경쟁이 격화하던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비상등이 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예상보다 빠르게 제 궤도에 올랐다. 2연패 후 치른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21일 열린 T1과의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2대 0 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페이커’ 이상혁이 부상으로 빠졌다고는 하지만, T1은 쉽게 볼 수 없는 난적이다. 앞선 경기에선 좋은 경기력으로 디플러스 기아를 수세에 몰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은 이들을 상대로 1, 2세트 모두 큰 위기 없이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김태민을 대신해 선발로 출전한 ‘그리즐리’ 조승훈의 적응력이 남다른 덕이다. 조승훈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플레이, 탑-미드라이너와의 좋은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신인들은 대개 소통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는데, 조승훈은 먼저 나서 콜을 할 정도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조승훈의 기량도 날로 상승 중이다. 앞선 리브 샌드박스전에 이어 연속으로 단독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오른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T1전에선 ‘오너’ 문현준을 초반 설계, 중후반 교전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세트는 ‘비에고’로 초반부터 대거 킬을 수확한 것을 바탕으로 맹활약했고, ‘오공’을 플레이 한 2세트는 초반부터 문현준(바이)의 힘을 빼놓더니 어느덧 킬을 먹고 성장해 팀 승리를 견인했다. 더이상 김태민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일부 관계자들은 조승훈이 투입 된 후 한화생명의 경기력이 더욱 좋아졌다고 평하기도 한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조승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인규 한화생명 감독은 “조승훈이 LCK에서 몇 경기 뛰지 않았지만, 적응을 잘해서 소통이 원활하게 된다”며 “게임이 불리해졌을 때는 오히려 중후반 단계에서 먼저 콜을 해줄 정도로 듬직한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킹겐’ 황성훈은 “신인인데도 플레이에 줏대가 있다. 내 신인 시절은 그러지 못했다. 부러운 부분”이라면서 “저점 자체가 높은 선수다. 고점이 터질 때는 LCK를 위협하는 정글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LCK를 뛰는 게 처음인데도 이 정도 경기력과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조승훈은 앞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내 강점은 긴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게임 안에서 챔피언마다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잘 찾는 것”이라며 “장점만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