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1)씨는 최근 출근할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부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회사 방침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탓이다. 문제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내리고 지시할 때도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괜히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모(28)씨는 집에서 자가검사 키트로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했지만, 병원에 가거나 회사에 알리진 않을 예정이다. 회사에선 연차를 내고 쉬라고 권고하는데, 일이 밀려있어 집에서도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몸이 안 좋다’며 마스크를 쓰고 출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격리의무 해제 등 코로나19 방역 고삐가 풀리자, 경각심도 낮아진 분위기다. 코로나19 유행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검사·치료를 받고 회사에서도 이를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월 첫 주(7월30일~8월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만6695명으로 전주 대비 10.5% 증가했다. 일평균 확진자 수는 4만9528명이다. 지난 1~7일 0시 기준 일평균 확진자 수는 5만388명으로 6월 일상회복 이후 처음 5만명대로 올라섰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 규모가 6주 연속 증가했다. 8월 첫 주 들어 60세 이상 확진자가 신규 확진자 사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2%으로, 7월 2주차(25.2%)에 비해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80세 이상(128.3명), 70대(12.65명), 30대(112.6명) 순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개개인의 경계는 여전히 느슨하다. 5명 중에 1명은 코로나19 진단검사로 확진되지 않고 감염된 ‘숨은 감염자(미확진 감염자)’로 나타났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이 9일 발표한 ‘지역사회 기반 대표 표본 코로나19 항체양성률 3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고령층에서 미확진 감염 사례가 늘었다. 50~64세의 미확진 감염률은 30.7%로, 2차 조사 대비 3.8%p 증가했다. 65세 이상은 21.1%로 2차 조사 대비 3.7%p 올랐다.
전문가는 낮아진 경각심도 코로나19 유행 확산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며 개인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약하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된다고 생각해 회사에 출근하거나 심지어는 운동을 하러 나가는 분들도 있다. 격리의무가 해제됐으니 이를 막을 순 없다”면서도 “회사에선 확진될 경우 5일 정도는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개인도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증상이 초기엔 경미한 것 같아도 갑자기 나빠지거나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고려한다면 개인은 고령층 등 타인을 위해서라도 5일 정도 격리 시간을 갖고, 학교나 회사는 이를 배려하고, 정부는 고위험군 관리에 신경을 쓰는 ‘삼박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9일 쿠키뉴스에 “확진이 됐다면 가급적 격리를 하고, 격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예전과 같이 치명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자율방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