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배우는 곳도 있던데…” 지역 간 돌봄 편차 없애려면

“악기 배우는 곳도 있던데…” 지역 간 돌봄 편차 없애려면

제1회 아동권리포럼 개최

기사승인 2023-09-01 07:00:02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아동권리포럼이 열렸다.   사진=김은빈 기자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초등돌봄교실에 다닌 적 있는데요. 푸딩, 바나나 같은 간식을 먹고 우쿨렐레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초등돌봄교실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할 만한 환경이 안 돼 교실에 그냥 있다 오거나 혼자서 그림 그리기 활동만 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4년생인 박준영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회 아동위원(9)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아동권리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동이 직접 본 아동 정책은 불공평하다. 사는 곳에 따라, 다니는 돌봄 제공 기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 아동위원은 “현재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는 아동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우수사례를 뽑아 큰 상을 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내용은 다른 돌봄센터에도 알려줘서 여러 아동들이 같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강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 연구위원도 “지역 단위로 아동을 양육하기 위한 인프라 차이가 굉장히 크다”면서 “모든 영유아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유아교육과 보육서비스지만, 지역별로 공급 부족과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간 지역이나 강원도, 경북 지역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 제공 기관 간에도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국공립과 사립(민간) 간 종사자 자격 요건은 동일하지만, 종사자 처우는 다르다. 결국 숙련된 전문가들이 이탈하는 원인이 돼 서비스의 질에도 차이가 생긴다”고 밝혔다.

강 연구위원은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려면 육아휴직 확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같이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 맞벌이 가구의 경우 근무시간 중 이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일시 돌봄 등 공적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부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연구위원은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돌봄교실 등 모든 정책이 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분산돼 있다”며 “시군구 교육지원청 등 지역 단위 기관에서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돌봄을 제공한다면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아동권리포럼이 열렸다.   사진=김은빈 기자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아동정책을 보면 일반아동과 취약아동 간 삶의 질·만족도 격차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아동에 대한 보편적 현금 지원은 보강된 데 비해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지원 수준은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간 경제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 왔다”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정의를 확대해 지원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제비뽑기에 의해 운 좋게 지원 받는 것이 아닌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역시 아동 누구나 폭넓게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연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과장은 “아동정책에 대한 지역별 편차 등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어른의 관점이 아닌 아동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보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격차 해소에 집중해 아동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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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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