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 아래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이 40년만에 공개된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 곳곳에 감춰져 있던 비밀공간들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23까지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공개될 지하 공간은 1967년 서울 최초로 조성된 시티스타몰(옛 새서울지하상가) 아래, 지하철 2호선 선로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3182㎡(약 1000평) 규모로 폭 9.5m, 높이 4.5m, 총 길이 335m에 달한다. 언제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의 장소다. 시는 숨겨진 공간이 높이가 다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 입구역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하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시민탐험대는 8일~23일까지 매주 금~토, 하루 4회(11시, 13시, 15시, 17시) 진행된다. 탐험 코스는 서울시청 시민청→시티스타몰→숨은공간→시청역→도시건축전시관 코스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회당 참여 인원은 안전을 고려해 회당 10명 내외로 한정한다. 소요시간은 총 1시간이다. 모든 탐험은 해설사가 동행하며 공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여신청은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yeyak.seoul.go.kr)’에서 6일 9시부터 22일 18시까지 할 수 있다. 신청마감이 안 된 회차에 한해서는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시는 40여년 전 공사 후 남겨진 공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공개하는 것과 함께, 숨은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모전은 6일부터 10월10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다.
서울 땅 속에 숨겨진 비밀장소들
서울시는 앞서 지난 2017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여의도 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승강장) 등 3곳을 개방한 바 있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지난 2005년 인근 버스환승센터 건립할 당시 발견돼 화제를 끌었다.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는 비밀스런 장소다. 50cm가 넘는 두꺼운 벽과 화장실, 샤워실 등의 편의시설로 추정해볼 때, 1970년대 만들어져 위급상황 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SeMA벙커’로 이름을 바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11~19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경희궁 방공호’는 종로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편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입구가 남아있다. 일제 말기 1944년 초 미군의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길이 110여m에 폭 9m, 높이 6m 정도의 규모로, 10여개의 작은 방들로 구성돼 있다.
방공호 관람 신청은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식민지 말기에 암울했던 우리의 상황을 영상, 조명, 음향 등을 이용해 방공호의 느낌을 살리고 미디어아트를 이용 상징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도 볼 수 있다.
신성동역 지하 3층에는 유령역이 있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으로, 1980년 2호선 개통되면서 폐쇄됐다. 이 후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다가 2017년 잠시 일반에 공개됐다.
‘신설동 유령역’은 현재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버려진 지하철역의 특유의 으슥한 분위기로 인해 각종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정우성,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과 트와이스 ‘치얼업’ 뮤직비디오 등이 대표 작품이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