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티켓값 20만원, K팝도 ‘티켓플레이션’

콘서트 티켓값 20만원, K팝도 ‘티켓플레이션’

기사승인 2023-09-15 06:00:28
지난달 열린 그룹 르세라핌 콘서트. 하이브

대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몇 달 전 소액 적금을 깼다. 지난달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르세라핌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였다. 사운드체크(리허설)를 볼 수 있는 VIP석 가격은 19만8000원. 예매수수료를 포함하면 티켓을 사는 데만 20만원이 넘게 들었다. 여기에 차비, 숙박비 등을 계산하니 하루 공연을 보는 데만 50여만원을 썼다고 한다. 김씨는 쿠키뉴스에 “이틀 공연을 모두 보려다가 내 월급에 사치인가 싶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K팝 업계에 ‘티켓플레이션’(티켓 가격 상승)이 불어 닥쳤다. 16·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블랙핑크 콘서트는 VIP석 가격이 22만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저렴한 좌석도 12만1000원이다. 지난 7월 개최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 콘서트 역시 VIP석이 22만원으로 매겨졌다. 같은 소속사인 그룹 세븐틴, 엔하이픈, 르세라핌 콘서트는 VIP석 19만8000원, 일반 15만4000원에 판매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티켓 가격이 3~4만원 올랐다.

기획사들은 물가 상승에 따라 티켓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장비, 의상, 운송, 인력 등 콘서트 제작에 드는 비용이 모두 올랐다. 하다못해 공연 장비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마저 비싸졌다”며 “제작비가 커지니 자연히 티켓 가격도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 역시 “콘서트 규모가 커지면서 스크린 등 장비 물량이 늘었고 품질도 개선됐다. 공연 제작에 드는 비용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다양한 소비층을 고려해 티켓 가격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해외 가수 내한 공연은 가격이 10만원 미만인 좌석도 있다. 반면 K팝 콘서트는 전 좌석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열린 그룹 샤이니, 에스파, 몬스타엑스 콘서트 등은 모든 좌석의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됐다. 반면 지난 6월 내한한 브루노 마스는 콘서트 가격대를 7개로 나눴다. 다음 달 개최되는 샘 스미스 콘서트도 13만2000원부터 25만원까지 가격대가 5개로 나뉘었다. 이 관계자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티켓 가격 인상률이 큰 데다 가격 차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팬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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