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회복’을 외치며 19일째 단식 농성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헌신이 극단적 강성 당원의 어긋난 주장으로 훼손되고 있다. 단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모든 책임을 ‘비명계’ 탓으로 돌리며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비판의 화살은 당내가 아닌 밖으로 향해야 한다고 외치던 이들이 이제는 반대로 당내 인사를 향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 탈당까지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박광온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랐다. 검찰과 국방부 장관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명단공개를 요구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박광온 원내대표를 겨냥한 청원이다. 18일 현재 88% 청원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당 대표의 단식 상황을 비롯한 모든 책임을 비명계에게 돌리고 있다. 당원 자유게시판에는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명계가 현 상황의 최종적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연일 오르고 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목숨을 건 장기간 단식을 보면서 비명계 의원들마저 윤석열 정권에 대항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아서려는 찰나에 극성 지지자들은 오히려 분열을 얘기하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이러한 과격한 주장들은 오히려 당과 국민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미칠 뿐이라며 자중을 당부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강한 민주당이 돼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투쟁해야 할 때”라며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들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은 같은 날 쿠키뉴스에 “어느 조직이든 극단적인 목소리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당 대표가 죽음의 목전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니 일부 지지자 입장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화를 내는 것”이라며 “이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자율적 표현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합리적인 시선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를 바라는 이들이 다수인 만큼 의견 수렴과정에 자연스럽게 배제될 것”이라며 “지금은 당내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