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하다. 잘 알지 못한다”
19일 대법원장 후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인 이균용 후보가 본인에게 제기된 ‘재산 고의 누락’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며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대 기류가 벌써 감지된다.
이날 민주당은 이균영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 고의 누락 의혹을 집중 질의했다. 처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10억원 규모의 비상장 주식을 신고하지 않다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되고 난 후에 뒤늦게 밝힌 것을 볼 때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논리다.
이 후보자는 “비상장 주식을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과거 공직 선출자인 정치인의 재산 누락 사건을 담당해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적이 있는 이 후보가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 재산신고망에 비상장 주식을 전부 신고해야 한다고 사실이 고지되어 있는데 안 봤느냐”며 “과거 허위 재산 신고를 이유로 우석재 전 안성시장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후보자가 재산 신고 누락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고 계실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 저의 잘못이다”라면서도 “처음에 (비상장 주식이) 재산 등록 대상이 아니었다. 처가의 재산 분배 문제였기에 거의 인식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해외 거주 중인 자녀에게 매년 1만 달러 이상을 송금한 내역 등을 제시하면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을 따졌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2018년 (장녀가) 1만 달러를 받은 시점에서 국내 계좌에 1억원 이상의 예금이 있었고, 예금은 증가했다”며 “증여세 탈루의 가능성이 있으니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소득이 없는 가족에게 통상 수준의 송금한 생활비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예금에 사용되었다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전 질의에는 “첼리스트인 딸의 생활비 명목으로 보낸 것이 맞다. 증여세 탈루로 인식하지 않았다”고만 답했으나 오후 답변에서는 “만약 과세 대상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납부하겠다. 딸의 예금이 증가한 것은 딸의 국내 자산을 처가 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이 후보자의 성범죄 판결 이력도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인데 성폭력 및 가족 폭력 범죄에 관대한 판결한 것이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성폭력 전담부 재직 경험을 언급하면서 “1심의 양형 편차를 줄이고 통일시키는 게 형사항소부의 기본 의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다소 어긋난 부분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내린 결론이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도덕성 및 자질 검증에 대한 질의는 거의 하지 않은 채 이 후보자의 옹호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의원들의 말로 대신 해명하면서 대법원장이 되면 해야 할 ‘사법의 정치 탈피’ 등의 역할을 주문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