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당설이 제기됐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출된 이재명 당 대표 체제가 유지 중이지만, 문 전 대통령의 존재가 당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게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해당 주장에 “문 전 대통령은 큰 어른이다”면서 당장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일부 당원들이 제기한 ‘문재인 탈당론’은 당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 중 입원한 이 대표를 찾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했을 때 일부 지지자들은 ‘문재인 출당’이라는 피켓을 들고 고함을 쳤다. 3~4명 인원이 문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문재인 출당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며 구호한 것인데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재오픈한 당원존 게시판에는 최근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오르고 있다. 19일 한 당원은 “중요한 건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지금도 국민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확장성이 문재인이라는 벽에 막혀서 확대가 안 된다. 대선 패배도 결국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결정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는 글이 당 청원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청원 시작한 지 19일째인 20일 현재 청원율 약 8%로 소수의 의견이지만, 이러한 과격한 주장들이 당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진보 진영의 분열은 총선에서 정부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 자멸의 길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의 강한 거부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한 비판을 자중해달라는 당부를 했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먹히질 않는다.
특히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이란 요구 조건을 내걸고 단식에 돌입했음에도 검찰의 수사 압박이 계속되고,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비명계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은 전직 대통령 모두가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탈당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출당 요구를 하지만, 논리가 맞지 않다.
전직 대통령들의 탈당은 임기 말 ‘레임덕’으로 국정 지지율이 자신이 속한 정당 지지율보다 낮았을 때 차기 대선에서 자당 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이례적으로 꽤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 정권이 교체됐으니 책임지고 탈당하라는 주장은 뒤늦은 책임 전가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성향의 정치 평론가는 “이들을 강성 또는 극성 지지자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후한 표현이다. 반정치 세력이라는 표현이 딱 적당하다”며 “정치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껴안고 가는 것인데 오로지 이재명만 맞다고 외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