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롯데가 변화와 쇄신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세계는 강도 높은 ‘신상필벌’ 인사를 단행했고, 롯데는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하반기 수익성 개선과 새로운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진 약 40%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대표이사 25명 중 무려 9명이 물갈이 됐다.
이마트 신임 대표로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내정됐다. 한 대표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통합해 운영하게 된다. 신세계 대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맡았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이를 두고 경기 침체와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 속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재정비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업 간 경계가 옅어짐에 따라 통합 운영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새로운 성과 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도 실적 돌파구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동참했다. CEO가 직접 참석하는 IR 행사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매출 17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롯데쇼핑은 6대 핵심 전략을 내세웠다. 기존 사업부 혁신을 중심으로 한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오카도 추진’,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신규 성장 동력을 고려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이처럼 고강도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전반적인 업황 자체도 상황이 어둡기만 하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총 매출액은 14조4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39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3조1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020억원으로 14% 줄어들었다.
롯데쇼핑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7조1838억원으로 7.2% 감소했다.
전문가는 실적 부진 원인을 파악하고 점차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면 그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오프라인 축소와 산업 지형이 바뀌는 부분도 있지만 이미 온라인에 진출한 상황에서 실적이 안좋은 부분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산업의 소비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신세계는 과거의 유통 프레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왔었고 더딘 감이 없지 않았나 싶다”며 “조직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인사 혁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임 대표가 큰 변화를 이뤄낼지가 관건인데 그렇게 되면 고객 중심의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 3강의 경쟁 체제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