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달러를 시장에 팔아 환율 안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9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8일 1260.4원(종가)을 기록한 이후 8월 4일 1300원대를 돌파해 10월 4일 1350원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달러 강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따른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원인이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일(현지시간) 4.8%를 돌파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미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 압력 확대가 주원인”이라며 “미국채 발행 물량 확대, 미국 중립금리 기대 수준 상향, FOMC 이후 고금리 장기화 우려 확대, 미 정부 셧다운 관련 불확실성 증가 등 일련의 사건들과 수급적인 부담이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당분간 금리, 경기, 위험회피 측면에서 볼 때 강달러 압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주요국 대비 견조한 미국 경기와 이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 미국 정부 셧다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더욱이 달러화지수를 구성하는 6개 통화바스켓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58%)는 유로존 경기 부진, 통화긴축 기대 약화로 인한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러한 환율 불안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환율이 시장 수급과 과도하게 괴리가 일어나고 지나치게 불안심리가 확산돼 쏠림현상이 있을 때는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한 지난달 국내 외환보유액은 4141억2000만달러로 전월 말(4183억달러) 대비 41억8000만달러 줄어들었다. 8월 35억달러 감소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강달러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 영향도 있지만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율 안정을 꾀한다. 이때 외환보유액이 활용된다. 한은 관계자자 역시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해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보유액 순위는 8월 세계 8위에서 전달 9위로 내려왔다.
환율 불안을 불러오고 있는 강달러 현상은 올해말이나 내년 1분기 중 약화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강달러 환경이 완화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미국 경기 하강”이라며 “아직 견조해 보이는 미국 경제가 초과저축 소진, 학자금 상환 재개, 파업과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4분기말 또는 내년 1분기 중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 완화와 함께 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 압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