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등 기대에 올해 3분기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10월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2조5000억원 가까이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당국은 물론 은행들까지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7월부터 10월26일까지 가계대출은 6조55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6월 6000억원대 증가 폭을 보이다 7월 9000억원대에 진입한 이후 8월~9월 1조5000억원대로 늘어났고, 이달 들어 2조4000억원대를 넘어섰다.
5대 은행의 3분기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남다르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1조5000억원 가계대출을 확대했고, 뒤이어 농협은행(1조3300억원), 하나은행(1조1800억원), 국민은행(9800억원) 순으로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대출이 9200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선제적으로 나이 제한을 적용하는 등 건전성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결과 가계대출이 다소 감소했다”며 “타 은행으로 대환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 가격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26일 기준)에 따르면 전주 대비 10월 넷째 주 아파트 매매가는 전국(0.05%)과 서울(0.07%) 모두 각각 15주·2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가을 이사 철까지 겹치면서 10월 들어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가파르게 증가했다. 3분기 증가 폭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곳곳에서 가계대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나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지난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서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그보다 몇십 배 위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연내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미래 금리 급변동 가능성을 반영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온다.
은행들도 분주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출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다. KB국민과 우리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최대 0.3%p(포인트) 높였고, 신한은행도 다음 달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소폭 올리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이 좀 더 촘촘하게 강화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차주 단위 DSR 산정 예외 적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상환능력을 산정할 때 세금 등을 총제적으로 고려하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등 금융회사의 영업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